각 독립운동단체 위치 표시, 일본군이 작성한 전투보다 상세
항일 독립부대들이 연합해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 항일 무장독립운동사에 획을 그은 봉오동전투를 그린 ‘봉오동전투도’가 해방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진행한 이봉창ㆍ윤봉길ㆍ백정기 의사의 장례의 절차를 담은 ‘삼의사 국민장 행사요령’도 최초 공개됐다.
독립운동가 희산 김승학 선생의 증손자인 김병기 박사(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문위원)는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희산 김승학 독립운동자료 기탁식’에서 ‘봉오동전투도’, ‘삼의사 국민장 행사요령’을 비롯 항일 독립운동자료 200여점을 연구원에 기탁했다.
김승학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학무국장,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 사장 및 발행인, 임시정부 주만(駐滿) 육군참의부 참의장 등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다. 당시 ‘독립신문’을 발행하면서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 ‘한국독립지혈사’ 집필을 도왔으며, 귀국 후 ‘한국독립사’를 쓰기도 했다. 김승학 선생의 손자인 김계업(전 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장)씨에 이어 증손자 김병기 박사도 대대로 역사가의 길을 걸어왔다.
공개된 ‘봉오동전투도’는 당시 참전한 박승길 의민부 사령관이 해방 후 상황을 복기해 그린 것으로, 일본군이 작성한 기존 전투도에 비해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지도에는 1920년 6월 중국 지린성 화룡현 봉오동에서 일본군 제19사단 월강추격대에 맞선 의군부, 독립군 총사령관인 홍범도 장군의 부대, 독군부, 신군부 등 각 독립운동단체의 위치가 상세히 표시됐다.
‘삼의사 국민장 행사요령’은 김구 선생이 1946년 7월 6일 일본에 묻혀 있던 이봉창ㆍ윤봉길ㆍ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현 효창공원으로 옮기면서 치른 국민장의 절차를 담은 유인물이다. 김구 선생은 해방 후 귀국해 한 가장 보람 있는 일이자 숙원사업으로 삼의사 국민장을 꼽아왔다. 자료에는 장의식 순서, 발인 절차, 행렬 순차, 임무분담 요령 등이 적혔다.
그밖에 기탁된 자료로는 ▦ 순국의사를 전사(교전 중 사망), 교사(일제 교수대에서 사망), 절사(망국을 비통해하며 자결, 음독사망), 옥사(형을 당해 옥중에서 사망), 원사(암살로 사망), 병사(광복 운동 중 병으로 사망) 등 6가지로 분류한 ‘순국의사명부초’ ▦ 만주지역 각 단체의 약사와 사건, 전투 등의 전말을 간단히 기록한 ‘한국독립운동혈사재료 초안’ 등이 있다.
연구원은 이들 자료를 장서각에 보관하고,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순차적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병기 박사는 “자료를 정성껏 보관하고 제대로 연구해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 몇 군데 문의를 했는데 여의치 않아 그간 직접 보관해왔다”며 “사료는 창고에 수장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 의미를 찾을 때 빛을 발하는 만큼 충분한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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