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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가보는 티베트 고원] "느림의 미학과 넉넉한 포기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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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가보는 티베트 고원] "느림의 미학과 넉넉한 포기 배웠죠"

입력
2015.08.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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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싸 포탈라궁 전망대에서 선 저자. 포탈라궁과 라싸광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김성태 제공

티베트 인문지리 여행서 '티베트에 美치다'를 바탕으로 한 티베트 고원 종단 연재가 1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한국스포츠경제는 티베트의 대자연과 티베트인들의 억척 같은 삶을 기록한 저자 김성태의 생생한 사진과 글을 지면을 통해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 티베트의 자연과 그들의 순박한 삶 속에 현대인들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 책의 제목 '티베트에 美치다'가 인상적입니다. 티베트의 무엇이 그토록 '나'를 미치게 만든 것인지요.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티베트다움'입니다. 티베트다움은 한번 꽂히면 헤어나지 못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요. 거칠고 척박한 티베트고원의 원시성과 티베트불교의 불가사의, 그 속에서 우매해 보일 정도로 자연과 하나 되어 넉넉하게 살아가는 순박하고 착한 티베트인들의 심성…. 이러한 티베트다움은 거칠지만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낯섦으로 전율 같은 묘한 울림을 줍니다. 쪽빛 하늘 아래 설산을 배경으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수많은 야크 떼, 너울처럼 겹겹으로 이어진 구릉과 산자락을 원색으로 수놓은 오색의 징판과 타루쵸, 룽다, 불탑들. 환상에 가까운 그림 같은 동티베트 풍광까지. 가면 갈수록 더 가고 싶고, 알려 할수록 알 수가 없는 신비로운 곳이 티베트인 것 같아요.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의 원시적인 자연성이나 샹그릴라를 연상할 정도의 아름다운 풍광, 보살 같이 너그러운 포용심의 기억은 여전히 가슴에 힐링의 마중물로 남아있습니다."

▲ 황금빛으로 물든 카일라스산의 황홀한 일출. 김성태 제공

- 그런 티베트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여행을 좋아해 은퇴 후 히말라야ㆍ라다크ㆍ인도 등 오지를 많이 다녔지만 티베트는 관심 밖이었어요. 그런데 야칭스의 비구니촌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저를 티베트로 이끌었습니다. 사진에서는 비구니촌을 에둘러 강물이 반달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고, 비구니들이 맑고 순수한 얼굴로 서 있었죠. 사진을 보고 '티베트 앓이'가 시작됐습니다. 이 때부터 티베트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죠. 중국 스촨ㆍ윈난ㆍ 깐수ㆍ칭하이성에 편입돼 '잃어버린 땅'이 된 동티베트를 시작으로 티베트 전역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 책은 단순 여행서가 아닌 인문지리서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책에는 티베트에 관한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방대한 인문지리 정보가 녹아 있습니다.

"티베트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일곱 번이나 티베트를 갔습니다. 한 번 가면 보통 짧게는 20일에서 길게는 50일 이상 체류합니다. 티베트 고원은 지형이 험하고 해발 3,000~5,000m에 위치한 오지라 교통ㆍ숙박 등 인프라가 매우 열악합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도 거의 없습니다. 개별적으로 차량을 빌려 지도에도 없는 오지를 찾아 다니는 오프로드 탐사여행이 대부분이었어요. 여행허가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라싸에서 티베트고원을 가로질러 카슈가르까지 가는 신장공로 종단은 허가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미지의 고원이죠. 게다가 티베트에서 나고 자란 티베트인 기사들도 가기를 주저하는 해발 4,000~5,000m의 낭떠러지 '하늘 길'이니 여정 내내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 날카로운 바위 사이를 수놓은 타루쵸(오방색 깃발). 마나로사바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봉우리 사이에 치우곰파가 있다. 김성태 제공

- 티베트 여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남극ㆍ북극에 이어 제 3극이라 불리는 황량한 티베트고원, 코 앞에서 본 만년설산 에베레스트와 시샤팡마, 우주의 중심인 카일라스(수미산)산의 잔영이 아직도 삼삼합니다. 특히 3일간 외곽 순례 길을 한 바퀴 돈 카일라스산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황금빛으로 물든 카일라스의 황홀한 일출과 세 모자(母子)의 오체투지 모습은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 책에서 본 티베트인의 삶은 현대 도시인의 삶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문명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티베트인의 삶 속에는 현대인들이 충분히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느림과 여유, 넉넉한 포기 속에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에게서 물질적인 풍요나 지위, 문명의 편리함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불교적 생활관을 바탕으로 자신을 낮추고, 비교 대상이나 눈높이 기준 역시 낮은 자신에 맞춰 하루하루 소중하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다시 태어남으로 받아들이는 티베트인의 독특한 사생관을 통해 넓은 마음자리를 만드는 법과 '웰다잉(well-dying)'의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역사 속 수수께끼로 남은 구게왕국의 폐허가 된 궁전. 사방은 자다토림의 기기묘묘한 흙산들이 열병 하듯 둘러서있다. 김성태 제공

- 티베트나 또는 오지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또 향후 여행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티베트 오지는 죽기 전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을만합니다. 아직은 정치적인 이유로 접근이 제한되는 지역이 많고 여행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여행사를 통한 편한 여행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티베트도 터널이 뚫리고 비행장이 건설되고 있어 오지로서의 매력을 잃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오지여행은 인내, 모험심, 끈기 등 정신적인 내공과 체력, 시간, 경제력 등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가능한 힘든 여행이에요. 다듬어지지 않은 야성의 환경에서 폭설, 무더위, 강추위 등 혹독한 자연환경과 산사태, 고산병 등 예측불허의 돌발 사태,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존의 불편함을 벗 삼아 극기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 프로 근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지여행은 불안감 비슷한 긴장감과 모험심, 호기심,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져 짜릿하고 묘한 감정의 파도를 일게 하는 독특한 맛과 강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 맛에 인이 박이면 오지만 찾는 진정한 여행가 되는 거죠."

▲ 40일째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순례자. 진창이나 물웅덩이, 돌부리 위에서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삼보일배의 오체투지로 신에 가까이 다가간다. 김성태 제공

● 김성태는

30여 년간 일간지에 몸담으면서 주로 경제 분야 현장을 취재했다. 은퇴 후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와 내셔날 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NGPA) 등에서 사진공부를 했으며 사회공익적 사진집단인 '꿈꽃팩토리' 소속으로 여러 사진기록 프로젝트와 사진전시에 참여하는 등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티베트에 美치다'는 오랜 기자 생활에서 비롯된 통찰력과 문장력,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티베트의 생동감 있고 신비로운 순간들의 기록이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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