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정부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식민지배 책임이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원로ㆍ중견학자 700여명이 10일 진정한 과거 청산과 화해를 위한 한일 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의 사회ㆍ역사ㆍ법학자 등으로 구성된 ‘올바른 과거청산과 아시아 평화의 확산을 바라는 학자 일동’은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정부는 청일전쟁에서 시작된 침략전쟁의 50년사를 인정하고 전쟁과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아시아 민중들에게 자행한 학살과 박해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이 불완전하고 불충분했던 만큼 양국 정부가 이를 직시하고, 새 협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식민지배 과정에서 자행된 잔혹행위들은 국제적 범죄이므로 일본정부는 국제인도법에 따른 국가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정부가 과거 부실 협상을 반면교사 삼아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양국 관계의 현 파행상태는 1965년 정부의 부실 협상에서 기인하는데다, 정부가 현재 한미일 안보동맹의 틀 속에서 일본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들은 “고령인 식민지 잔혹행위 피해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끝내기 전에 합당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죄의 핵심 요소는 책임의 인정과 권리구재로 실질적인 구제조치를 예정하지 않은 사죄는 부정의”라며 “사회, 역사, 정치 등 여러 전공 교수들의 공감대를 모아 선언문을 채택했고 시작 1달 만에 700여명의 교수가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선언에는 강신표(인제대) 김세균(서울대) 명예교수, 김동춘(성공회대) 배성인(한신대) 송호근(서울대) 이재승(건국대) 오동석(아주대) 이나영(중앙대) 조국(서울대) 최갑수(서울대) 한상희(건국대) 교수 등 752명이 참여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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