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는 국내 선수층이 두껍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어느 누가 코트를 밟더라도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포워드가 즐비하다. 신인왕 출신 국가대표 이승현(24ㆍ197㎝)을 비롯해 허일영(30ㆍ195㎝), 김강선(29ㆍ190㎝), 김도수(34ㆍ194㎝), 김동욱(34ㆍ194㎝) 등이 버티고 있다.
더구나 내년 2월 핵심 전력 최진수(27ㆍ202㎝)까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여기에 강팀 DNA를 가진 '타짜' 문태종(40ㆍ199㎝)과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4ㆍ201㎝)도 새로 합류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머문 아쉬움을 풀 절호의 기회다.
추일승(52) 오리온스 감독은 수많은 퍼즐을 최적의 조합에 끼워 맞추느라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다. 10일 중국 류저우에서 전지훈련 일정을 마친 추 감독은 "내가 하고 싶은 농구, 재미를 위한 다득점 경기를 하고 싶다"며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시원한 농구를 하겠다. 단신 외국인 선수 조 잭슨(23ㆍ180㎝)을 뽑은 이유도 흐름을 빨리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지훈련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는지.
"국내 선수들은 큰 차이가 없고, 관건은 역시 외국인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뛸 때와 두 명 뛸 때, 문태종이 뛸 때와 안 뛸 때를 대비한 부분에 역점을 뒀다."
-같은 팀에서 지켜본 문태종은 어떤지.
"성실하더라. (전)태풍이도 (이)동준이도 같이 있어 봤는데 가장 섬세하고 어른스럽고 잔소리를 안 해도 잘하더라. 다만 나이를 고려해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시즌이 한 달 남아 있기 때문에 급하게 올릴 건 아니지만 예년보다는 빨리 올려야 한다."
-우승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아 부담스러울 텐데.
"가장 궁금한 게 단신 포인트가드가 KBL에서 얼마만큼 할 수 있을지 여부다. 국내 빅맨들이나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을 쉽게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외국인 선수 2명이 모두 작다. 다른 팀 2, 3번 외국인 선수를 국내 선수가 상대해야 한다. 이는 팀 디펜스로 메울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가 두 명 뛸 때 토종 빅맨 이승현과 장재석의 비중이 커질 것 같은데.
"지금 (이)승현이가 없는 상황이다. (장)재석이를 팀에 더욱 녹아들게 하든지, 외곽을 더 키워야 하는지 고민이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먼저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에서도 비공식 경기 포함 5경기를 했는데 득점할 선수들은 많다. 그래서 수비하는 선수가 우선돼야 팀이 이길 수 있다."
-포워드 농구를 하는 이유는.
"재미를 위해 다득점 경기를 하고 싶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시원한 농구를 해야 한다. 잭슨을 뽑은 이유도 흐름을 빨리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다. 상대보다 한 번이라도 더 공격을 많이 하고 싶다. 볼을 빨리 운반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나머지 선수들이 좀 더 뛰어주면 얼마든지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관중이나 시청자가 보기에 더 재미있지 않을까. 농구의 묘미는 스피드다. 자꾸 인위적으로 손을 대려고 하니까 흐름이 끊긴다. 내가 하고 싶은 농구를 해야 후회가 없지 않나. 여기에 성적까지 나면 물론 더 좋다."
-주장 김도수가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치던데.
"중국 전지훈련 첫 날 미국 팀과 비공식 경기를 했는데 졌다. 헤인즈가 합류하기 하루 전이다. 이튿날 본인 말로는 비행기를 20시간 넘게 타고 왔다고 하는데 바로 운동하고 자기 역할을 해주더라. '오늘 쉬겠다'고 할 수 있는데도 움직였다. 이런 부분이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것 같다. 하나의 구심점이 생기고, 그러면서 다져지는 것 같다."
-다가오는 시즌에 팀 운명을 쥘 키 플레이어를 꼽아본다면.
"공격 지향 선수는 많다. 궂은 일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밖에서는 김강선, 안에서는 장재석이다. 수비 기여도에 따라 팀 성적은 난다고 본다. 재석이를 보면 운동 능력은 있는 친구이고, 강하게 키워야 하는 선수다. 본인도 안다. 마인드를 좀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몸 싸움이 제일 필요한 위치인데 피해 다니면 안 된다."
-내년 1월 말 최진수도 상무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진수도 마찬가지로 강하게 키워야 한다. 자신을 다 내려놓고 해야 하는데, 어려운 것은 안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플레이만 하려고 했었다. 군대에 갔다 와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
-선수층이 두꺼워 선수별 출전 시간 안배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안배를 하려고 하는데 시즌에 들어가면 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고참 (임)재현이나 (김)도수가 참 고맙다. 출전 시간을 떠나 지시 사항을 잘 따라주니까 후배들도 따르게 된다."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인 만큼 신경이 많이 쓰이지는 않는지.
"앞서 말했듯이 내가 하고 싶은 농구를 원 없이 하고 싶다. 올 시즌부터 용병 두 명이 동시에 뛰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잘 갖췄다 해도 큰 의미는 없다. 이 점이 변수다. 헤인즈나 문태종이 자기 득점은 하는데 큰 상대들이 들어왔을 때 팀 디펜스, 트랩, 도움 수비를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달렸다. 또 재석이가 얼마만큼 해주는지 중요하다. 원하는 방향대로 빠른 공수전환을 많이 한다면 평균 득점은 80점대 중반은 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다득점을 노리는 팀이 됐으면 한다."
류저우(중국)=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