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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마음에 갇힌 새

입력
2015.08.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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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계량기가 누수 되어 수리한지 한 달 여. 고지서가 날아와서 보니 수도세 폭탄이다. 당장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전달을 거쳐 수도사업부 담당자와 연결되었다. 언뜻 듣기에 오십 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 이편은 목소리 톤이 다급하게 올라가는데, 수화기 저편은 느긋하다 못해 숫제 노랠 흥얼대는 느낌이다. 그래서 체감온도가 급증했냐 하면, 그게 아니어서 신기했다. 수리 내역 등을 요목조목 점검하고 10원 단위까지 요금을 감액해 알려주는데, 외려 기분이 풀리고 죄여오던 뒷목이 느슨하게 풀리기까지 했다. 저절로 내 목소리도 차분해지면서 가볍게 리듬을 타는 중 저음으로 가라앉았다. ‘허허’ ‘아이고’ 등의 추임새까지 서로 섞어가며 약 오 분 동안 다정하게(?) 통화하고 났더니 얼마 후, 감액된 요금이 문자메시지로 날아왔다. 흔쾌히 입금하고 문득 내 목소리를 점검해봤다. 대체로 새되고 급하고 톤이 높은 편이다. 소리 자체의 문제보다는 마음이나 생각이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와 듣는 이의 호흡을 가파르게 하는 게 더 문제일 것이다. 마오쩌둥은 “노래하듯 말하고 춤추듯 정복하라”고 했던가.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호흡을 아랫배로 내려 천천히 숨을 쉬어봤다. 명치 쪽 갇혀있는 공간에 보다 낮고 깊은 소리가 고여 있는 느낌. 거기 살고 있는 착한 새를 언제쯤 꺼내어 가볍게 노래하게 할 수 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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