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소득세 절감 효과 보려면
소매가격이 1250만원 이상 돼야
명품 특성상 가격에 반영도 안될 듯
A씨는 올해 400만원대 해외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사려고 했지만, 내년부터 명품 가방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인하된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정부가 일종의 ‘사치세’인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일부 품목에 한해 완화ㆍ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A씨처럼 명품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인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보석과 귀금속, 카메라(렌즈 등 포함), 시계, 융단, 가방, 모피, 가구 등에 대한 개소세 부과 기준 가격을 내년부터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5배 인상한다. 이에 따라 현재 개소세가 부과되는 20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 물품에는 내년부터 개소세가 붙지 않고, 500만원 초과 물품에는 60만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 물품 중 보석ㆍ귀금속을 제외한 나머지는 과세 기준이 되는 가격이 소매 가격이 아닌 수입신고가격이나 공장출고가격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 시계나 가방 등은 소매가격이 수입신고가격보다 2.5~3배 비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때문에 시계나 가방 등은 소매가격(부가가치세 제외)이 500만~600만원(수입신고가격 200만원 기준)을 넘는 제품부터 개소세 절감 효과가 생기고, 최대치인 60만원의 개소세 절감 효과를 보려면 소매가격이 1,250만~1,500만원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명품 백을 내년에 사더라도 별다른 가격 인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고가(高價) 정책이 통용되는 명품의 특성상 세금이 인하되더라도 소매가격엔 변함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매가격 기준으로 과세되는 보석ㆍ귀금속도 체감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보석ㆍ귀금속 업계가 지금까지도 다이아몬드 반지는 다이아몬드 따로, 반지 따로 파는 식으로 소매 가격을 가급적 개소세 기준 가격 이하로 맞춰 판매해왔기 때문이다. 2012년 보석ㆍ귀금속에서 걷힌 개별소비세수는 전체 개별소비세수의 0.57%인 298억원에 불과했다.
에어컨, 냉장고, 드럼세탁기, TV 등에 붙는 개소세(세율 5%) 폐지도 당장 장바구니 물가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개소세는 월간소비전력이 일정량 이상인 제품에만 부과되는데, 시판 제품의 95%정도가 이미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만 42인치 초과 초고화질(UHD, OLED)TV 제품 등은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소세 정비에 따른 연간 전체 세수 감소는 300억~400억원 정도”라면서 “향수나 녹용, 로열젤리 등 품목이 그나마 가격 인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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