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김 감사관 기자회견
"비위 은폐 세력의 개방직 흔들기… 팀장 등이 성추문 고교 사건 축소"
감사실 직원들은 축소감사 반박
교육현장의 비위를 감사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관실이 내분으로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우리 교육계의 어두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형남 감사관은 직원들이 사학비리를 은폐하고 허위보고를 했으며, 최근 문제가 된 서대문구 공립 A고 감사를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직원들은 김 감사관이 A고 감사과정에서 음주감사를 벌이고, 부하인 감사반장 이모(여) 장학사를 성추행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박백범 부교육감 주관으로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김 감사관을 현장업무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A고의 연쇄 성추문 사건은 시교육청 감사관실의 내분만 증폭시키는 양상으로 변질됐다.
김 감사관은 9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제기된 의혹들이 “비리ㆍ부패세력과 결탁한 일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비위를 덮고, 개방직으로 온 감사관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사관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과의 갈등은 지난달 6일 시작된 사립유치원 12곳에 대한 감사에서 비롯됐다. 김 감사관은 이날 한 사립유치원 계좌에서 작년 시교육감 후보자 후원금 계좌로 100만원이 이체된 2012년 12월 4일자 이체증명서를 공개하고 “당시 감사팀장이 팀원들에게 ‘감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관이나 교육감,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며 은폐를 지시하고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팀장이던 엄모 사무관은 성추문에 휩싸인 A고의 피해교사 면담 시 감사관의 배석 지시에 음주감사를 이유로 불응했다가 최근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김 감사관은 또 “감사팀장과 감사반장이 A고 성추문 사건 조사에서 작년 2월 노래방 성추행 교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건이 오래됐고, 이미 해당 교사는 전출을 간데다가 피해 여교사와 합의했다’는 식으로 사건을 축소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피해 여교사들이 이들의 감사에 불만을 제기했으며, 감사반장과 가해교사가 평소 친분이 깊은 사실도 드러났다”고 했다. A고의 성범죄 피해여교사들은 8일 작성한 호소문에서 “감사를 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성범죄를 봐주는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감사관을 옹호했다.
이에 이 감사반장은 “A고 감사를 시작한 지 3~4일만에 업무에서 배제됐는데 무슨 축소감사냐“면서 “나는 A고 교장 담당이라 가해교사를 두둔할 이유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반장은 가해교사들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피해 학생 학부모 면담을 추진하던 상황이었다”며 “모을 수 있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두 모으는 기간이었는데 축소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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