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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계기 흘려보낸 남북, 이젠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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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계기 흘려보낸 남북, 이젠 시간이 별로 없다

입력
2015.08.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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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가 3박4일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ㆍ아동 병원 등을 방문해 의류ㆍ의약품 등을 전달하고 여러 북한 당국자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초청자인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자 못한 것은 크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비롯한 대남관련 책임자들로부터도 외면 당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북한 당국의 태도는 그들이 처음부터 이번 방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관계 개선보다는 남남갈등 등 정치적 효과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정치적 냉대’는 예의와 법도를 크게 잃은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18명이라는 작지 않은 규모임에도 6ㆍ15 공동선언의 주역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방북단 구성부터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이 여사의 방북을 한사코 ‘개인 차원’으로 묶어 일체의 정치적 메시지를 배제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민간차원의 교류였다 하더라도 정부의 의지 여하에 따라 이 여사의 방북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6ㆍ15 남북공동행사와 광복 70주년 8ㆍ15 공동행사가 모두 무산되는 등 남북 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서 이 여사의 방북은 대화의 물꼬로 활용할만한 드문 기회였다. 우리 정부에게도 국면전환의 필요성은 크다. 지난 달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추석 이산가족상봉 추진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를 밝힌 바 있고,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 4명의 석방문제도 마냥 눈 감을 수 없는 문제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이달 중순에는 북한이 “군사적 보복조치 초래”운운하며 강력히 반대하는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돼 있다. 노동당 창당 70돌인 10월10일을 전후해 북한이 4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거나 국지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초면 총선 국면으로 들어가고 내후년은 대선이다. 올해 하반기가 박근혜 정부 임기 중 남북관계를 개선할 마지막 기회가 될 공산이 크다. 남은 몇 개월을 그냥 흘려 보낸다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허망한 정치적 수사가 된다. 못마땅해도 결국 해법은 북한을 대화 상대로 받아들이고 선제적으로 대북 정책을 펴는 길뿐이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제안이 제시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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