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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아쉬운 '빈손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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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아쉬운 '빈손 귀환'

입력
2015.08.0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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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면담은커녕 친서도 없어

"편히 모시라" 메시지만 전달받아

"남북관계 돌파구 못 찾아" 우려

이희호 여사의 방북단에 동행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찍은 평양시내의 이층버스와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이희호 여사의 방북단에 동행한 사진작가 홍성규씨가 찍은 평양시내의 이층버스와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했던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빛이 바랜 채 끝났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되면서 남북관계 개선 카드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여사 일행은 전날 예고했던 대로 8일 오전 11시 평양 순안 국제공항을 출발해 12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구순을 훌쩍 넘긴 고령에도 이 여사는 기자회견에서 비교적 또렷한 목소리로 “분단의 아픔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더 깊이 새기게 됐다”고 방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 받지 않았으나, 6ㆍ15 정신을 기리며 키우는 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이 여사는 방북 기간 평양 시내 보육원과 양로원 등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과 접촉하며 인도적 지원 행보를 펼쳤다. 북측은 방북 일정 내내 북한 의료진을 태운 구급차를 배치시키는 등 이 여사를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과의 면담은 고사하고, 귀국 직전 깜짝 배웅이나 친서조차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이 여사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북측 수행단장 격인 맹경일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통해 “이희호 여사님은 선대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6ㆍ15 선언을 하신 고결한 분이기에, 정성껏 편히 모시고 원하시는 모든 것을 해드리라”고 말한 게 전부다.

방북단의 침통한 표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 여사 역시 맹 부위원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과 환대에 감사하고,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여사와 김정은의 면담 불발 배경에 대해 남북한 당국 공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부터 이 여사의 방북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개인 일정으로 국한시키고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북측에서도 맞대응 성격으로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우리 정부가 구체적 현안은 아니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내는 인사 정도의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6ㆍ15 선언의 주역들이 방북단에서 대거 배제된 것도 북한이 무성의하게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김정은 역시 남북관계의 상징성 있는 어른을 직접 초청해놓고 얼굴 한번 비추지 않은 것은 정치적 인사를 대면할 만큼의 외교력이 부재하다는 방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은 선대가 만들어 놓은 6ㆍ15가 아닌 새 판을 짜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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