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질 좋은 한우 저렴하게 판매
농민ㆍ식당ㆍ소비자 모두가 이득
이상문(70ㆍ사진) 의성축협 조합장은 지역사회에서 ‘영원한 조합장’으로 통한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내리 4연속으로 조합장에 당선됐다. 2003년 실시된 조합장선거에서 금품살포 등으로 조합이 어수선해진 가운데 ‘구원투수’로 조합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조합원 중심의 내실경영을 인정 받은 때문이었다. 금성면장을 지내는 등 공직생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지난 3월엔 4선에 성공했다. 이 조합장을 만나 의성지역 축산업 현주소와 경쟁력 향상 방안 등을 들어보았다.
_직업이 조합장이란 말도 들린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2004년 첫 임기 때 금품선거 후유증으로 조합원들간의 갈등이 심했다. 어제까지 형님 아우 하던 사람들이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조합장 취임 후 소값이 좋아졌다. 당연히 할 일도 많아졌고 조합원들도 열심히 소 키우고 의성마늘소를 브랜드화하는데 몰입하다 보니 언제 싸웠냐는 식으로 자연스레 갈등이 봉합됐다. 일이 최고의 치료약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_그 동안 의성축협은 다양한 수익사업을 추진했고, 나름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 성공사례를 든다면.
“2008년 봉양면에 조성한 의성마늘소 먹거리 타운이다. 유통단계의 축소로 축산농가와 먹거리타운 입주가게 모두 윈윈하는 상생모델이 되고 있다. 축협은 먹거리타운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지역경기도 덩달아 활성화하고 있다. 2004년 대비 의성축협은 성장률 101%, 당기순이익은 281% 늘었고 해마다 한우출하량이 300두 이상 증가하고 있다.”
_봉양 의성마늘소 먹거리타운이 어떻게 성공했나.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축협이 직접 식당을 열어 저렴하게 공급하면 소비가 늘고 축산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존에 장사하던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들도 사실 우리의 이웃이다. 축협이 잘 되자고 그들을 죽게 할 수 없다.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문식당이다. 축협에서 질 좋은 고기를 착한 가격에 구입, 인근 지정식당에서 상차림비만 받고 구워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봉양 먹거리타운에는 의성축협과 연계한 전문식당이 13개가 문을 열었다. 의성마늘소 몇호점 ○○식당이라는 상호를 달고 있다.”
_어떤 성과가 있었나.
“맛 좋은 고기를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객의 80%는 외지인이다. 의성읍내보다 더 붐빈다. 한해 평균 350마리 정도 소비한다. 매일 소 한 마리를 이곳에서 잡는 셈이다. 생각해보라. 유명관광지도 아닌 작은 시골마을이 도회지 먹자골목처럼 번창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조합원은 고기 많이 팔아 좋고, 상인들은 장사 잘 돼서 좋고, 축협은 저축 늘어 좋다. 지역 사회 전체가 득이 되는 상생모델이다.”
_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격과 맛이다. 한우도 그렇지만 식당에서 마늘과 쌀, 채소 등을 모두 의성 농산물을 쓴다. 의성 한우와 의성의 뛰어난 농산물의 환상적인 조합과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번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
_먹거리 타운 외에 다양한 판로를 구축해두었다고 들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푸드에 납품한다. 롯데푸드에 올 들어 지난달까지 150마리를 납품했는데, 시골 축협 차원에선 상당한 물량이다.”
_축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비 절감이 중요하다.
“옥수수는 외국에서, 풀 같은 조사료도 타지에서 들여오다 보니 부담이 크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안계 서부 지역에 1,500㏊의 조사료 생산 전문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조사료 수확 후 모내기를 하면 되므로 토지 이용률도 극대화할 수 있다. 조사료 유통센터를 이미 설립했다.”
_축산분뇨 처리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해법은.
“가축 분뇨 공동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선정이 어렵다.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분뇨탱크를 지하에 매설하는 방법으로 악취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다. 올해 안에 부지를 선정하고 내년 착공이 목표다.”
_조합원과 지역민들에게 한 마디.
“처음엔 우선 축협을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운도 따랐고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의성축협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축협과 조합원, 지역이 상생하는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하겠다.”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약력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 졸업
의성군 금성면 면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성지사장
의성군 장학회 이사장
농협중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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