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案과 차이… 통과 미지수
야당이 해외계열사를 통한 편법 출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개정안이 지난 주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로 합의한 내용보다 훨씬 강력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정무위원회)은 지난 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같은 당 김관영 민병두 박남춘 의원 등 12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 내용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에 외국법인 계열사를 포함하도록 했다. 국내 기업에만 상호출자가 금지돼 온 것을 외국법인 계열사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법인을 만들어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게 신 의원 등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등이 대주주인 일본 광윤사, 일본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의 지분을 소유한다고 해도 파악할 방법도, 제재할 수단도 없었던 만큼 이번에 해외 계열사도 규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그룹 총수(동일인)는 물론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계열사의 주식 현황과 해외계열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지난 6일 동일인에 대해서만 해외계열사 현황을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 역시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경영권 승계에 관한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대기업 총수 등이 보유한 해외계열사 지분을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법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해외계열사에 대해 국내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해외 계열사와의 출자 구조를 통제할 수단이 별로 없는데다 공시 의무화 역시 거짓 보고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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