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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치킨 값 논란

입력
2015.08.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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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를 기름에 튀겨 내는 프라이드 치킨은 중세 지중해 유역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게 유럽을 거쳐 미국에서 현대화 했다. 미국 프라이드 치킨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전한 튀긴 닭 요리에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흑인들의 향신료가 가미되면서 독특한 레시피를 형성했다. 1952년 켄터키주의 한 카페 주인이었던 할랜드 샌더스가 밀가루와 11가지 향신료 가루를 섞어 만든 튀김반죽과 압력솥을 이용한 조리법 등을 개발해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출범시킴으로써 현대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었다.

▦ 닭고기의 절반 이상이 기름에 잠기도록 한 상태에서 튀겨내는 요리법은 우리의 전통 요리법엔 아예 없었다고 봐야 한다. 통닭이 고급 간식으로 인기를 모았던 1960~70년대에도 전기구이 통닭이 대세였다. 우리나라에서 통닭튀김이 ‘국민 간식’으로 거듭난 건 1970년대 초부터다. 본격적인 고도성장기에 돌입하면서 생활형편이 좋아졌고, 토종 닭보다 성장 속도가 3~4배 빠른 육계가 대거 생산됐다. 1971년 해표 식용유가 출시되면서 저렴한 튀김유도 흔해졌다. 시장 골목마다 기름이 설설 끓는 가마솥에 통닭을 튀겨내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 게 그 때다.

▦ 국내 치킨산업은 거기서 더 나아갔다. 79년 롯데리아가 문을 열었고, 84년엔 양념이 가미돼 짭짤하면서 두툼하고 바삭바삭한 KFC가 국내에 상륙하며 본격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시대가 개막됐다. 한국식 양념치킨이 등장한 것도 이 때다. 81년 대전에서 문을 연 페리카나가 고추장에 갖은 양념을 섞어 매콤달콤하게 만든 소스에 치킨을 버무린 상품으로 공전의 인기를 모으면서 양념치킨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 요리법도 프라이드뿐 아니라, 양념, 숯불구이, 오븐구이에 파닭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진 상태다. 하지만 치킨 산업의 과열은 소비자에게 맛의 선택폭을 넓혀 준 대신, 브랜드 간 지나친 경쟁으로 가격 거품을 일으켰다. 떴다 싶은 연예인이면 죄다 치킨 CF에 등장할 정도니, 광고비 부담만도 오죽하랴. 급기야 최근엔 양계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치킨 값을 내리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치킨 값이 너무 올라 소비가 줄면 양계업도 공멸한다는 하소연인데,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내부 경고인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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