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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그때 그 바다

입력
2015.08.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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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 있는 동안, 부모님이 남해의 한 섬마을로 이사를 갔었다. 작은 선창가가 있고, 해안도로가 있고, 골 깊은 산이 있고, 5~60호 정도의 인가가 띄엄띄엄 어울려 사는, 제법 외진 오지였다. 버스는 하루에 두 번 들어왔다. 이십대 후반의 허랑한 시절을 주로 거기서 보냈다. 워낙 ‘깡촌’인 만큼 또래 젊은이들은 마을에 없었다. 주로 노인과 아이뿐이었다. 집 뒤 편으론 다른 마을로 넘어가는 언덕이 있었다. 산책이나 외출 시에는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주로 그 길을 걸었다. 시골이 인심 좋고 여유로운 곳이라는 편견이 그때 깨졌다. 그곳 태생이 아닌 젊고 낯선 남자는 구경거리나 험담의 대상이었다. 집 거실에서마저도 바다는 늘 눈에 걸쳐있었으나, 일상이 돼버린 수평선의 미감은 외려 갑갑함만 부추길 때가 많았다. 그래, 자꾸 바다를 등졌던 것 같다. 늘 산이 먼저 보였고, 해가 이물스러웠다. 부모님마저 그곳을 떠난 지 어느덧 4년째. 더워서일까. 부러 찾지 않으면 다시 볼 수 없는 그 곳 바다가 자꾸 생각난다. 특히, 정오 즈음에 가끔 도로를 따라 걸으며 내려다 봤던 물빛이. 말 그대로 투명한 옥색. 얼마 전, 그 빛과 흡사한 티셔츠를 한 장 샀다. 이상한 충동이었는데, 숙취가 깨듯 은은한 기분이었다. 이번 여름 한번 찾아가볼까 싶다. 육지로 데려다주던, 그 요란스런 통통배는 아직 운행 중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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