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 시절에 비밀경찰(DINA)을 이끌었던 마누엘 콘트레라스가 7일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수십 건의 반인류 범죄로 500년이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그는 지난주 결장암 등에 따른 건강 악화로 수도 산티아고의 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콘트레라스가 이끈 DINA는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실각한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측근 등 좌파 인사들에 대한 납치와 살인, 고문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2006년 91세의 나이로 사망한 피노체트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17년간 지속된 피노체트 군사정권 때 불법 체포와 감금, 고문 등의 피해자는 3만 명이 넘고 사망·실종자는 3,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콘트레라스는 피노체트의 쿠데타 정권이 들어서고 2년 뒤인 1975년 칠레를 포함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6개국 정보기관이 공조해 좌파 세력을 척결하자는 내용의 이른바 ‘콘도르 작전’ 이행을 주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관여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던 콘도르 작전은 좌익 게릴라 세력을 진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 운동가, 지식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납치와 고문, 살해 등의 범죄를 자행했다.
콘트레라스는 아옌데 전 대통령 정부에서 군 사령관을 지내다가 쿠데타가 발생한 뒤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카를로스 프라츠 장군 부부를 폭탄을 이용해 암살한 혐의로 2008년 7월 칠레 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76년 미국 워싱턴에서 발생한 칠레 경제학자이자 외교관인 오를란도 레텔리에르 암살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법원은 이와는 별도로 지난 2월 반정부 인사를 납치한 혐의로 콘트레라스에 1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그가 받은 선고 형량은 500년이 넘었다.
콘트레라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십 명의 시위대가 군 병원 앞으로 몰려와 “살인마”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DINA에 피해를 본 가족들을 변호하는 칠레의 변호사 엑토르 살라사르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콘트레라스는 악의 화신이었다”며 “그는 피노체트의 휘하에 있으면서 모든 범죄를 직접 저지른 인물”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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