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선수들에게 기념구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이다. 보통 프로 데뷔 첫 안타나 홈런, 승리 등의 '이정표'가 되는 공을 챙긴다. 그런 점에서 kt 고영표(24)가 챙긴 기념구는 다소 의외다. 시즌 3승째를 올리고 승리구를 챙겼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지난 6일 KIA전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팀 마무리 투수 장시환이 엔트리에서 말소돼 불펜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에 큰 힘이 되는 피칭이었다. 조범현 kt 감독은 "올 시즌 최고의 호투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영표에게 이날 승리의 의미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다.
7일 KIA전에 앞서 만난 고영표의 손에는 '3승' 기념구가 들려있었다. 그는 "이전에 거뒀던 2승은 사실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마운드에서 점수를 주고도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 거둔 승리였다. 첫 승을 하고 기념구도 챙기지 않았었다. 승리구를 가져가는 것도 창피했다"며 "이제 진짜 첫 승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그가 승리투수가 되자 따로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도 팀 선배 이대형이 직접 기념구를 챙겨줬다. 그만큼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는 뜻이다. 고영표는 "그동안은 힘으로만 던지려고 했었는데 어제는 완급조절을 하면서 힘을 빼고 던졌더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고영표는 정명원 투수 코치에게 기념공에 문구를 써달라고 직접 부탁도 했다. 정 코치는 흔쾌히 '입단 최고의 투구 잊지 말도록'이라는 한 마디를 써줬다. 좋았던 그 모습을 꾸준히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고영표는 "제대로 공을 던진 건 어제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잠재력 만으로도 조 감독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7.14를 기록 중이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16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86을 올리는 등 1군 경험을 쌓아가면서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조범현 감독은 "좋은 볼을 가지고 있는 투수인데 자기 공을 못 던진다. 너무 여리고 착해서 그렇다"며 "못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야구장에선 싸움닭 같은 모습이 필요한데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무조건 잘해야 한다. 프로는 실수가 용납이 안 되는 곳이 아닌가"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남은 목표는 확실하다. '최고의 호투'가 '일상적인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그 감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고영표는 "포인트를 찾았으니 기복 없이 잘 던질 수 있도록 꾸준히 유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