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정부가 노동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곧바로 8개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연내 전체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논의했다.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먼저 노동개혁을 실천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고통 분담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노사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위원회도 김대환 위원장의 복귀로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4월 대타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김 위원장은 복귀 일성으로 노사정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의 안건 제외를 노사정위 복귀 선결 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서도 장외보다는 일단 노사정위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모든 의제의 노사정위 틀 내 논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일단 복귀를 종용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선뜻 응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는 사용자 측의 법 개정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는 일리가 있다. 또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으로선 두 의제의 안건 제외에 대해 납득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노사정위에 복귀할 경우 노동계 대표성은 물론 조직 내 입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노사정위 복귀를 위한 명분이다. 결국 정부와 사용자 측이 어떤 식으로든 답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두 의제가 내년 정년 60세 법 시행에 따라 임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 기업이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해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법 개정 없이 행정 해석이나 법원 판례만으로 저성과자 해고나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고집하면 노사정 대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논의의 우선순위 등을 따져가며 어떻게든 물꼬를 트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불가침의 선을 그어놓고 완강하게 버틸 것만은 아니다. 임금이나 해고 문제에서 노조 측의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합리적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접근점을 찾아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으면 노동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 설령 노사정위 대화가복원된다 해도 노사정 각 주체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지 않으면 성과 도출은 힘들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상황에선 일단 대화의 장(場)을 열어야 뭐든 시작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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