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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행학습 혼선, 대체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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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행학습 혼선, 대체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입력
2015.08.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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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6일 대국민담화에서 교육개혁 방안을 설명하면서 “선행 출제 관행을 끊겠다”고 밝혔다. 학업부담이 가중되고 학교 교육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틀 전인 4일 국무회의에서는 선행학습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불과 이틀 사이에 행동과 말이 어긋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통령 발언의 무게와 정책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의 골자는 초ㆍ중ㆍ고교 방과후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법 개정 배경에 대해 “방과후학교까지 선행교육을 금지하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선행학습 금지 공약에 따라 지난해 9월 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이런 문제점 때문에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는 그냥 밀어붙였다. 학원에 대한 규제가 빠진 선행학습 금지는 유명무실하다는 숱한 지적에도 눈을 감았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되레 학교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불과 11개월 만에 오락가락한 교육현장의 혼란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학교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치는 선행학습은 필연적으로 공교육의 위축과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온다.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학생들의 학습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지난달 시민단체가 실시한 전국 단위의 첫‘수포자’(수학포기자) 실태 조사에서 교사들은 수학수업 파행의 가장 큰 이유로 선행학습 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점(63.6%)을 지목했다. 사교육의 73.7%는 선행학습이었고, 선행학습을 배운 대다수 학생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선행학습이 학습부담을 늘리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막아 수포자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부가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것은 스스로 사교육에 대한 공교육의 패배를 선언한 격이다. 공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은 물론 공교육과 사교육이 선행학습을 두고 경쟁하는 볼썽사나운 상황도 예상된다. 사교육이 문제라면 학원에서도 선행학습을 못하도록 법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치권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 차원에서 선행학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선행학습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교육에서의 선행학습 금지는 물론 사교육의 선행학습 규제도 병행돼야 한다. 이름은 공교육정상화법이면서도 정작 내용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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