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민족 상처 사라지지 않는다"
우파 원로 前 총리까지 나서 압박
요미우리도 사설에 "사죄 표명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의 밑그림이 자문단 보고서로 윤곽이 드러나자 보수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보수진영의 대표적 원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과거 침략 사실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수지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문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다. 이 때문에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2013년 4월 국회)”고 강변한 아베 총리가 안팎의 압박을 어떤 식으로 14일 담화에 포함할지 주목된다.
나카소네는 일본 현직 총리로선 처음으로 1985년 8월15일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이 사안을 국제적 문제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7일 발매된 ‘월간 문예춘추’기고문에서 과거 전쟁을 둘러싼 일본의 행동은 “틀림없는 침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의 부정적 부분을 직시할 용기와 겸허함을 가지라”며 “거기서 얻어야 할 교훈을 가슴에 새겨 국가를 이끄는 게 현대 정치가의 책무”라고 역설했다.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판단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한국ㆍ중국과 관계개선에 대해 “역사문제의 알력엔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하고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함께 행동은 엄격히 삼가야 한다”면서 “민족이 입은 상처는 3세대,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미우리 인터뷰에서도 “과거 역사를 직시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이즈미(小泉) 담화를 따른 뒤 일본측의 성의 있는 표현을 시대의 흐름속 에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보수진영을 대변해온 요미우리도 이날 사설에서 “아베 담화는 간접적 표현이라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이 전해지는 말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전쟁으로 피해본 사람들의 마음에 울리는 총리 자신의 사죄의 말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직접적인 말이 아니더라도’라는 사족도 빼놓지 않았다.
아베 담화 자문기구가 전날 내놓은 자문보고서엔 ‘침략’‘식민지배’란 용어와 함께 과거 전쟁에 대한 ‘통절한 반성’ 문구를 넣었지만 ‘사죄’는 거론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보수진영이 국제적 압박에 몰린 아베 총리의 출구를 터주기 위해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14일 발표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설사 침략을 인정하더라도 한국과 직접 관련된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까지 표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요미우리도 해설기사에선 “식민지 지배의 당사국이 사과를 한 예는 거의 없다”며 무라야마 담화의 언급을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 평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1년 5월 영국이 사실상 식민지로 오래 지배한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슬프고 애석한 일’이라고 말하는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2012년 12월 알제리 국회연설에서 “불공정한 만행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고 식민지배를 말했지만 사죄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식민지배 사죄에 대해 신중한 배경엔 당시는 합법적이었고, 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고 해석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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