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물러서지 않고 토론 주도"
여성 비하 발언 비난에 맞받아치기도
가장 많은 시간 발언하며 눈도장
CNN·WSJ선 "토론회 물 흐렸다"
부시는 '강한 후보' 인상 못 남겨

6일 열린 미국 공화당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도 주인공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였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행사이기도 한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경선결과 승복 선언’을 거부하는 등 좌충우돌 행보를 계속했다. 경쟁후보의 불리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특유의 언변으로 10명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11분14초) 발언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데는 성공했다.
이날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도심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청중의 환호 못지않게 야유도 받으면서도 경쟁자들의 공격에 거침 없이 맞섰다. 무대 중앙에 선 트럼프는 토론 직후 ‘최종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후보는 손을 들라’는 진행자 요청에 유일하게 손을 들었다. 그는 “다른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내 입장에서는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약속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선 패배 시 제3당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인데, 월스트리트저널과 CNN은 “트럼프가 토론회 물을 흐렸다”고 비판했다.
진행자인 여성앵커 매긴 켈리가 “싫어하는 여자들을 뚱뚱한 돼지 등에 비유하며 비하했다”고 문제삼자 “(동성결혼을 한 거구의 여성 코미디언인) 로지 오도넬한테만 했다”고 맞받았다. 랜드 폴 의원이 ‘그동안 정치인을 매수하지 않았느냐’고 공격하자, “당신한테도 많은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맞섰다. 또 마무리 발언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일본 차가 미국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다”며 유권자의 애국심을 감성적으로 자극했다.
미국 언론은 발언의 수준과 관계없이 트럼프가 토론을 주도했고, 이에 따라 당분간 그의 질주가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토론을 분석하면서 트럼프를 벤 카슨 등과 함께 승자로 분류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대외정책과 기성 정치인에서 볼 수 없는 무례한 행태를 보였지만, 그의 뻔뻔하고 시끄러운 태도에 열광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도 “처음부터 불꽃튀는 공방이 벌어졌는데 트럼프가 물러서지 않았다”는 관전평을 내놓았고, CNN은 “이날 프라임타임 토론회는 트럼프에게 중대한 순간이 됐으며 그의 존재는 더욱 주목을 끌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문가들이 ‘최종 후보’ 1순위로 꼽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큰 실수는 없었지만 성공적인 토론회는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전 주지사가 공화당을 대표해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강한 후보’라는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트럼프 역시 승자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가난을 극복한 쿠바 청년의 이미지를 담아낸 마르코 루비오 의원이 이날 토론회에서 점수를 얻은 대표 주자로 분류됐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전 주지사의 약세가 이어질 경우 루비오 의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에 앞서 오후 5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하위 7명 후보의 ‘마이너 리그’ 주자 토론회에서도 ‘트럼프 때리기’가 대세였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보수주의보다는 명성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는 “나는 클린턴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트럼프가 출마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의 클린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비꼬았다. ‘마이너 리그’ 토론에서는 피오리나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됐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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