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강원도 양양 한계령 정상 부근 암벽에는 ‘돈에 미쳐 산으로 간, 4대강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와 환경운동가들이 케이블카 반대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고공 시위를 벌인 것이다.
반면 지난달 말부터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한 때입니다.’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사업허가를 원하는 강원도와 지역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종교단체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원도는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오색지구와 대청봉 인근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1차 때는 상부 정류장이 대청봉에서 너무 가깝고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2차 때는 산양의 주요서식지로 보호 필요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국립공원위원회가 부결시킨 바 있다.
이번 3차 시도를 놓고 강원도와 양양군은 1,2차 때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지난 사업들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노선만 조금 바뀌었다고 맞서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인 산양의 서식지가 포함되어 있는지의 여부다. 우리나라에 남은 산양은 800여 마리인데 이 가운데 300여 마리가 설악산에 살고 있다.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는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에서 산양의 배설물, 발자국 등을 53군데 발견했고, 무인카메라에도 14차례나 포착됐다고 밝혔다. 또 상부 가이드타워와 상부 정류장 사이에서 어미와 1년 미만의 새끼산양이 촬영됐다는 점도 내세웠다. 이와 함께 ▦상부 정류장과 주요 봉우리인 끝청봉과의 거리도 건물이 아닌 산책로 데크를 기준으로 하면 203m로 오히려 1,2차 때보다도 거리가 더 가깝다는 점 ▦등산객의 네 배가 넘는 하산객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탐방 예약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강원도와 양양군은 산양의 이동경로이지 주요 서식지가 아니며 상부 정류장이 대청봉과 1.4km, 끝청과 430m 떨어져 있고, 기존탐방로와도 430m 이격되어 있다고 밝혔다.

산양의 서식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뉜다. 한 야생동물 전문가는 “케이블카가 위에 다닌다고 해서 산양이 사는 데 큰 영향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서 “상대적으로 주요 서식지가 아닌 이동경로가 노출된다면 오히려 은밀하게 진행되는 밀렵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영일 공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설악산처럼 좁은 면적을 가진 국립공원에 사는 산양의 서식지와 이동경로의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대산 국립공원에 산양 4마리를 방사하는 등 산양 복원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설악산에서는 산양을 몰아내려고 하는 게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행정절차는 지난 3일 설악산 현지에서 환경부의 현장조사가 진행된 것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된 상태다. 환경부는 이달 중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이르면 이달 안으로 케이블카 설치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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