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로 시작하는 가곡 ‘명태’. 변훈 선생 작곡과 베이스 오현명 선생의 노래로 많은 사람이 애창하고 있다. 명태는 자신의 주제곡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생선일 것이다.
명태는 찬물에서 서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해의 수온상승 때문인지, 명태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뱃속에 간직하고 있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국내산 명태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오죽했으면 해양수산부가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현상공모까지 했겠는가?
어류로서의 이름이 명태이고, 상태에 따라 바다에서 갓 잡은 것을 생태, 얼린 것을 동태, 반쯤 말린 것을 코다리, 말린 것을 북어, 산란기에 잡아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가공한 것을 황태라 부른다. 또 황태 만들려다 기온이 너무 높아져서 색이 검게 변하면서 마른 것을 요즘 먹태(흑태, 요즘 호프집에 많아졌다), 낮밤의 기온차가 너무 커서 하얗게 말려지면 백태,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고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짝태, 명태 새끼를 말리면 노가리 등등. 이것 말고도 더 세분화하면 35가지 정도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명태다. ‘생선계 카멜레온’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명태는 이름만큼이나 요리법도 굉장히 다양하다. 찌개, 찜, 조림, 전, 순대, 회, 포, 구이, 식해 그리고 다른 재료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이룬 궁중음식 ‘닭 북어찜’(▶ 만드는 법) 등 요리법을 헤아릴 수 없다. 특히 창난젓, 명란젓 등 내장도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태 사랑’은 지극하다. 명태 알로 만든 명란젓은 이웃나라 일본으로 건너가 ‘멘타이코(めんたいこ·明太子)’라는 이름으로 후쿠오카의 명물이 됐다. 과연! 멀티 시대에 딱 맞는 생선이 아닌가.
나는 멀티가 좋다. 일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는걸 아주 좋아 한다. 그래서 내가 전공한 음악(성악), 본업인 배우에, 요리까지 다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 이젠 무작정 낚시대만 가지고 생선을 잡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두세 개 아니 이것도 모자라면 그물을 쳐서라도 많은 종류의 생선을 잡아먹어 보고 내 입맛에 맞는 생선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들의 장점을 엮어 자신만의 콜라보레이션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개성이 생긴다. 단!! 사랑에 있어선 멀티 반대론자다.ㅎㅎ 내가 어느 면으론 굉장히 보수적인 면이 있는데 그게 작용해서 그런지 사랑은 낚시대 하나로 하는 게 좋은 것?(맞는 것) 같다. 사랑, 참 어려운 얘기니 더 이상 얘기는 접어 두고 냉장고에 남은 명란젓으로 찌개를 끓여 청주나 한 잔 해야겠다.
배우 겸 요리사
● 명란젓 두부찌개
* 재료
명란젓 100g, 무 60g, 마늘 1개, 말린 홍고추 1개, 두부 1/2모, 파(흰부분) 1/2대, 생강즙 1/2 작은 술, 멸치육수 (멸치 내장 제거 20g, 다시마 손바닥 반 정도 1장) 500ml
* 조리방법
1. 냄비에 손질한 마른 멸치를 넣고 살짝 볶다가 물 600ml과 다시마를 넣어 15분 정도 끓여 멸치육수 500ml를 만든다.
2. 무를 3cm 크기로 납작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썰고, 말린 홍고추는 씨를 제거한다.
3. 냄비나 뚝배기에 육수를 붓고 2의 재료들을 넣어 무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4. 명란젓 겉의 양념을 살짝 씻어 내고, 가운데 칼집을 내 1cm 크기로 자른다. 두부는 무 크기로 자른다.
5. 3의 냄비의 무가 익으면 불을 중약불로 줄이고 명란과 두부를 넣는다. 찌개가 끓으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둔다.
6. 먹기 바로 전에 홍고추를 건져내고 다시한번 끓이면서 생강즙과 파 썬 것을 넣어 간을 맞추고 완성한다. (싱거우면 간장으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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