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청구권 행사 어제 마무리
주가·행사가격 큰 차이 없어, 합병 무산 가능성 거의 없어
4개 부문 조직 정비 시급 과제, 엘리엇과의 추가 소송전도 숙제
지난달 17일 가결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6일 마무리됐다. 합병 마무리 절차의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이제 다음달 1일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의 남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일만 남았다.
양 사 합병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무산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여기다 행사 가격과 주가 사이에 차이도 크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중에 주식을 매각하면 소득세 정도만 물지만 청구권을 행사하면 양도세 등 매매 수익의 20%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행사가격과 주가간 차이가 200원 정도라면 장중 매각이 낫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새로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은 3가지 과제만 남겨 놓고 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는 조직 통합이다. 지금은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부문, 제일모직의 에버랜드 리조트 부문과 패션부문 등 4개 부문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당장은 성격이 다른 4개 부문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내년 이후에는 손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재계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 기존 조직을 유지할 경우 어떻게 융합효과를 이끌어 낼 지가 관건”이라며 “연말쯤 건설 부문 소폭 조직 개편 이후 내년에 본격 조직 통폐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엘리엇의 존재도 숙제처럼 남아 있다. 엘리엇은 법정 공방 및 주주총회에서 모두 졌지만 여전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9월 1일 이전에 엘리엇이 합병을 문제 삼는 소송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하면 지금의 삼성물산이 소멸되기 때문에 주주 권리를 내세워 행동을 취하려면 그 이전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엘리엇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단순 시세 차익만 노리고 있는지, 여전히 공격기회를 엿보며 주권 행사 기회를 보고 있는 지 현재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아 삼성의 속을 태우고 있다.
장기 과제는 역시 실적이다. 삼성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쳐서 지난해 기준 3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2020년까지 60조원으로 2배 가까이 불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협력 효과, 통합 삼성물산이 거느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바이오산업 발전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댈 수 있는 부분은 가장 덩치가 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합병 이전 전망이 암울하던 사업이 합병 이후 가장 큰 버팀목이 됐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 비전이 의식주와 휴(休)의 접목이었다”며 “결국 실적이 합병의 성패를 말해 주기 때문에 합병 이후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오너들의 역할도 관심을 끌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모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제일모직 경영전략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5.51%를 보유하며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겸하게 된다.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도 5.51%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들이 어떤 역할을 맡아 통합 삼성물산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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