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회주의 제거가 美 목표, 美 무력증강 땐 제2 한국전 초래"
日과 회담선 납치자 문제 집중 거론
한일 외교회담 '아베담화' 신경전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법 논의로 관심을 모았던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이 6일 특별한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북핵 6자회담 관련국들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연쇄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접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북한은 다자외교 현장에서 미국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며 아직은 협상 테이블에 다가설 마음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향후 북핵 논의 전망도 어둡게 만들었다.
북한 갑작스런 기자회견으로 미국 비난
북한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ARF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던 도중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무력증강은 제2 한국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미국의 목표는 북한 사회주의체제 제거에 있다” 등의 험악한 말로 미국을 비난했다. 리수용 외무상은 회담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미국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나선 리동일 외무상 대변인은 “전세계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역동적인 리더십을 목도하고 있다”며 체제 선전에도 열을 올렸다.
북한은 앞서 일본 인도네시아 등과 양자회담을 갖는 등 다자외교무대에서 동분서주했다. 특히 이날 낮 열린 북일 외교장관회담에선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집중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수용은 회담 직후 “조일 두 나라 정부들 사이에 합의된 문제를 어떻게 이행하겠는가 하는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해 5월 납치자 재조사에 합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아베 내각은 국내에서 압박을 받는 상태여서 북일 대화가 필요했다. 북한도 합의 대가였던 일본의 대북제재 일부 해제 조치를 유지하고 추가 대가를 얻기 위해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을 철저히 외면했다. 5일 밤 환영만찬에서 윤 장관과 리 외무상이 악수를 나눈 게 전부다. 때문에 북핵 6자회담 관련국들의 논의는 진전될 상황이 아니었다.
한일 양자회담과 일본의 적극 외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장인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에서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 외교장관회의 등을 이어갔다. 또 전날 중국 러시아에 이어 일본과도 양자회담을 가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과의 한일 회담에서 윤 장관은 14일 공개될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내용이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담화에 역대 내각 담화의 역사 인식이 분명히 표명되고 재확인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대신은 “총리가 종래 언급해온 대로 과거 (2차세계) 대전에 대한 반성과 평화국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장관은 또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문제도 논의했다.
일본은 이날 하루 동안 한국뿐 아니라 북한 및 중국, 미국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등 적극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외상이 하루 체류하며 아세안 회의는 딴전이고 양자회담만 하는 일본에 아세안 국가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미국, 중국, 아세안 국가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ARF 결과물인 의장성명이 6일 밤까지 합의되지 않았다. 정부는 ‘남중국해가 우리나라의 주요 해상 물류 루트인 만큼 해당 수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정도로 입장을 정리했다.
쿠알라룸푸르=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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