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각 그룹들이 본사나 계열사 건물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인데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과도한 캠페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중구 태평로 사옥과 서초동 사옥에 각각 대형 태극기를 달았다. ‘광복70주년! 하나된 우리는 영원한 대한민국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삼성 각 계열사 홈페이지 등 인터넷 공간에도 태극기를 그려 넣은 배너 등이 걸렸다.
롯데그룹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초대형 태극기를 달았고, 한화그룹도 서울 중구 장교동 본사 등 4곳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었다.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도 현대건설 등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 태극기와 함께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전’이란 문구를 적어 넣었다. LG그룹은 여의도 LG트윈타워, 광화문빌딩 등에 ‘광복 70년 다시 밝히는 희망의 불꽃 대한민국!’등 글귀를 태극기와 함께 달았다. 에쓰오일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사옥에 ‘날아라 대한민국, 달려라 대한민국!’이란 글귀와 함께 대형 태극기를 내걸었고, 두산그룹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 두산타워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 예정이다.
그런데 반응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련된 디자인 등으로 태극기를 멋스럽게 만들기 보다는 가로 세로 크기를 10m 이상으로 제작해 압도적인 크기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이미 트위터 등에는 ‘태극기 크게 내건다고 애국심까지 큰 건 아니지 않냐’, ‘태극기 내거는 건 좋지만 너무 보여주기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적인 얘기들이 돌아다닌다.
여기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둘러싼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분쟁, 막장으로 치닫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등이 겹쳐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또 광복절로 예정된 기업인의 특별사면도 거론되면서 국익의 이름으로 모든 일을 포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대형 현수막을 건물 밖에 내걸려면 사전에 디자인이나 제작에 품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와 협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 시일 내에 급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예전부터 해오던 것에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보태 조금 더 성대하게 기획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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