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 돼지고기값 연쇄 상승 탓"
최근 불안한 흐름을 반복하고 있는 중국 증시의 부진 요인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무성합니다. 중국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문제라든가, 악화된 경제상황이 반영되는 것이라는 등 말들이 많은데요. 요즘엔 중국의 돼지고기 값 급등을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돼지고기 값을 끌어올린 게 기상이변 현상인 ‘엘니뇨’라는 주장에까지 이르면 왠지 아리송해 지는데요. 대체 엘니뇨와 중국 증시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올라가는 이상기후 현상입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보통 아시아 지역에는 가뭄, 중남미 지역에서는 폭우나 홍수가 잦아져 농업 주력 국가들의 생산량이 급감하며 세계적으로 농산물 값이 급등하게 되죠.
올 들어 엘니뇨가 심해지면서 국제 옥수수 가격은 7월 들어 전달 대비 약 25%나 올랐습니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옥수수를 주 사료로 하는 돼지고기 값도 최근 4개월 새 약 20%(도매가 기준) 비싸졌습니다.
연간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약 30㎏)이 세계 최고인 중국에서 돼지고기 값은 실물경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13.9%), 미국(15.3%)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31.8%에 달하는데요. 특히 돼지고기가 식료품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1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돼지고기 값이 전체 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구조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치솟는 돼지고기 값이 한창 경기부양에 애쓰고 있는 중국 당국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거죠.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 인하카드를 쓰려해도 물가가 자꾸 오르는 상황에선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돼지고기 값을 잡으려면 경기부양책을 완화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경기가 악화되고 증시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중국 정부의 딜레마를 지적했습니다. 시장 논리보다 당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이 같은 상황이 악재로 작용해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리인데요. 결국 적도 부근의 기후 변화가 중국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 2007년에도 돼지고기 값 폭등이 2008년 상해종합지수 급락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요즘, 투자에 앞서 중국 돼지고기 값, 아니 엘니뇨의 동향부터 먼저 살펴야 하는 걸까요?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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