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월드스타로 불리던 배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카메라 앞에 수없이 서 온 30여 년의 이력이 무색했다. 문화행정가의 위치는 배우에게는 아직은 낯설고 긴장돼 보였다.
지난달 6일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강수연이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으로서의 활동 계획과 부산영화제 운영 방침을 밝혔다. 간담회에는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함께 했다. 강 위원장은 “올해 10월 1일 개막하는 영화제를 준비하는 동시에 조직 내부를 파악하려니 정신 없이 한 달이 지났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위원장이 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 배우로만 살 생각을 했는데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등의 일을 하면 배우로서도 보람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가 가장 힘들 때 동참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고 부산시가 이 위원장 퇴진을 종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란이 일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영화제 지원예산을 지난해 14억6,000만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줄이면서 부산영화제 위기론이 불거졌다.
‘다이빙벨’ 논란에 대해 강 위원장은 “예술적 완성도 이외에는 어떤 것도 영화 선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했다. 그는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갈등과 논란은 첫 회 때부터 늘 겪어온 문제”라면서도 “부산영화제가 짧은 기간에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하게 된 요인은 정치적 상황에 개의치 않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상영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1998년부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은 강 위원장과 함께 부산영화제를 이끌게 된 것에 대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보다 더 카리스마 있고 술에도 강한 분이라 제 일을 덜게 됐다”고도 말했다. 강 위원장은 부정인지, 체념인지 알 수 없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강 위원장은 영화계에서 소문난 두주불사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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