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시 교통당국이 도로 무단횡단을 한 사람에게 ‘녹색 모자’를 쓰게 하는 것에 대해 굴욕적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아내가 바람이 났는데 정작 그 사실을 모르는 남편’이라는 의미로 ‘녹색 모자를 쓰다’(戴綠帽子)라는 관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5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선전시 공안부는 이달부터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다 적발된 시민들에게 새 벌칙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처럼 벌금을 납부하거나 아니면 교통 공안을 도와 무단횡단을 막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통 자원봉사자들이 입는 복장이 녹색 조끼와 모자라는데 문제가 있다. 녹색 모자를 쓴 자원봉사자들의 사진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굴욕적이다” “저런 복장을 입을 수는 없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선전시가 녹색 모자를 선택한 이유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무단횡단을 한 시민들에게 굴욕적인 모자를 씌워 창피를 주는 방법으로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하려 한다 것이다.
하지만 선전시 공안부는 “녹색 모자를 의도적으로 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래 교통 자원봉사자들에게 녹색 조끼를 입혀왔는데 여름용으로 모자를 새로 준비하면서 조끼와 색상을 맞췄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선전시 공안부의 류민 경관은 WSJ에 “모자는 강한 햇빛을 피하게 하려고 마련한 것”이라며 “모자 색깔이 농담거리가 된 것은 잘 알지만 정작 자원봉사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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