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과 한일수교 50년을 되돌아 보고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를 놓고 토론한 한일 공동심포지엄이 3일 피스&그린보트 선상에서 열렸다.
기조강연을 맡은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한일관계에서 보는 동아시아 70년의 역사’라는 발표에서 한중일 3국의 평화와 화합을 강조했다. 권 전 대사는 “이미 한중일 3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문화 등의 비중은 20%대에 달한다”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번영을 위해서도 3국의 협력과 상생 그리고 공동 번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70년간 한중일 교류 역사를 개괄한 권 전 대사는 한중일 3국 관계가 현재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2012년 나란히 출범한 시진핑 정권과 아베 정권이 ‘중국의 꿈’과 ‘강한 일본’으로 상징되는 팽창주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중국의 경제ㆍ군사 대국화 현상과 아베 정권의 전후체제 탈피 및 전전체제로의 회귀 경향,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군사적 역할의 확대 등의 현상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 대사는 해법으로 2012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복원을 제시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8월 15일 즈음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담화에서 좀 더 진전된 역사 인식을 담고 이에 부응해 중국과 한국이 3국 정상회담을 열어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아시아 각국의 현주소에 대한 발표에서는 김홍신 작가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명진 EU집행위원회 안보자문위원이 평화와 환경, 통일을 테마로 토론을 이끌었다. 일본 측에서는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 군사저널리스트 마에다 테츠오씨가 의견을 보탰다.
평화 부분 발제를 맡은 김홍신 작가는 “동아시아가 평화ㆍ공존ㆍ세계 공영에 이바지하려면 일본의 참회가 필요하다”며 “특히 일본이 남북한 통일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와카미야 전 주필은 “많은 일본인은 남북이 통일되면 민족주의가 강해져서 반일 감정이 거세질까 봐 우려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해 일본이 통일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기후변화 시대 동아시아 환경변화에 대해 발표한 윤순진 교수는 “한중일 3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3국의 해안에 있는 원전의 수는 우리 환경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높이면 우리 미래를 건강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조명진 집행위원은 전후 독일의 행보를 예로 들면서 “일본이 과거 일어난 일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동아시아 3국이 유럽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의 발표에 대해 마에다씨는 “더 이상 안전보장이라는 말은 군사 분야의 단어가 아닌 것 같다”며 “환경과 생명 등으로 확대해 동아시아 공동체를 ‘환경안전보장’ 공동체로 만들자”고 말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 책임을 놓고 발언한 마지막 종합 토론에서 일본 르포라이터 가마타 사토시씨는 “침략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죄를 아베 총리는 계승하지 않고 있다”며 “한일 시민이 모여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피스&그린보트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민주주의를 선언해나가는 배”라고 평가했다.
오션드림호(블라디보스토크)=김영화기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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