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하나개 해변·국사봉 가볼 만…썰물 땐 실미도와 연결된 바닷길 열려
신도·시도·모도에선 자전거트레킹… 소무의도 '바다누리길'도 인기 코스
서해바다열차 이달 30일까지, 주말·공휴일 한시 운행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섬이다. 지난 해 인천공항 이용객만 4,500만명을 넘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영종도는 해외여행을 위해 스쳐 지나가기만 하기엔 아까운 곳이다. 영종도와 인근에는 무의도, 장봉도 등 섬을 비롯, 을왕리, 왕산, 선녀바위 등 해변 피서지가 즐비하다. 섬에선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해변은 개흙이 깔려있는 개펄이 있어 동해나 남해처럼 물이 맑지는 않지만 수심이 얕아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낙조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면 49분만에 운서역에 닿는다. 운서역을 빠져나오면 새로 형성된 먹자골목이 가장 먼저 반긴다. 먹자골목을 뒤로 하고 차로 5분 정도 달리면 아담한 규모의 삼목선착장이 보인다. 대중교통으로는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20분 가량 걸린다.
비가 흩뿌리던 날 삼목선착장을 찾았다. 날씨 탓인지 한적한 분위기인가 싶더니 방파제에는 이미 낚시꾼 서너명이 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카페리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 입구에는 섬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삼목선착장은 장봉도와 신도, 시도, 모도로 가는 배를 타는 곳이다.
배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장봉도는 산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섬이 길고 산봉우리가 많아 장봉도라 붙여졌다. 장봉도에는 해송 숲이 우거진 옹암, 한적한 백사장이 있는 한들, 바다와 소나무 숲이 맞닿아 있는 진촌해변이 있다. 섬에선 산행과 자전거 트레킹,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다. 옛날 한 어민이 상체는 긴 머리카락의 여자이고 하체는 물고기인 인어를 잡았다가 바다로 돌려보낸 후에 뱃사람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는 옛이야기가 전한다. 전설 속 인어를 본 딴 ‘인어상’은 섬의 명물이다.
세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어 ‘삼형제섬’이라 불리는 신도, 시도, 모도는 트레킹 명소다.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를 따라 자전거 트레킹을 하거나 섬 최고봉 구봉산에서 산악자전거를 즐겨도 된다. 시도의 수기해변은 피서지로 인기가 많다. 모도의 테마 조각공원도 가볼 만 하다. 섬에는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세트장이 남아 있고 주변에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독살’어업 흔적과 염전도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에 좋다. 뱃삯은 성인 왕복기준으로 장봉도가 6,000원, 신도가 4,000원이다.
공항철도의 종착역 용유임시역은 이름 그대로 아직 임시역이다. 인천공항역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하는 용유임시역은 8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서해바다열차’가 서는 곳이다. 서해바다열차는 주말과 공휴일만 상·하행 모두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평일에 용유임시역 인근 섬과 해변을 찾으려면 인천공항역에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매년 3~8월 운행되는 서해바다열차는 이용자가 2012년 4만4,285명에서 2013년 5만4,905명, 2014년 8만2,490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공항철도 측은 설명했다.
용유임시역은 마시란해변이 지척에 있고 선녀바위, 을왕리, 왕산 등 용유해변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무의도행 배가 떠나는 선착장도 가깝다.
용유임시역에서 내리면 마시란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입구가 먼저 눈에 띈다. 3㎞에 이르는 모래해변을 자랑하는 마시란해변은 용유임시역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닿는다. 해안도로는 선녀바위해변 인근까지 길게 이어져 있지만 바닷가 쪽에 조개구이집, 카페 등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어 드라이브하면서 풍경을 감상하거나 한적한 해변을 원하는 관광객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마시란해변을 지나면 무의도와 소무의도행 배가 출발하는 잠진도선착장이 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잠시 앉을 새도 없이 섬에 도착한다. 오죽하면 “배 시동을 켜자마자 끈다”는 말이 있을까.
무의도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 길이의 고운 모래백사장이 깔려 있는 하나개해변은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등 드라마 외에 영화에도 많이 등장한 곳이다.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이자 실제 실미도 사건 현장인 실미도는 썰물 때 ‘신비의 바닷길’이 드러나면 무의도의 실미해변과 연결돼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초승달 모양의 해변과 100년 넘은 소나무 군락을 볼 수 있는 실미해변은 이름과 달리 무의도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무의도에는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해발 230m의 국사봉도 있으며 어촌체험마을도 운영 중이다.
소무의도는 본섬과 414m 길이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소무의도에는 아담하지만 기암이 많고 경관이 아름다운 몽여해변과 명사의해변이 있다. 소무의도를 한 바퀴 도는 2.48k㎞ 길이의 해안둘레길 ‘무의바다누리길’도 인기 코스다.
뱃삯은 성인 왕복기준으로 3,000원이다.
영종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을왕리 왕산 선녀바위해변도 용유임시역에서 멀지 않다. 선녀바위해변은 마시란해변에서 버스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마시란해변에서 5㎞ 남짓 떨어진 선녀바위해변은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있는 선녀바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해수욕을 하지 않더라도 기암과 갯바위 등을 볼거리가 많다.
을왕리와 왕산은 가장 유명한 해변으로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이 몰려있고 주차장,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왕산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가 펼쳐진 왕산요트장이 있어 바다를 떠다니는 오색의 요트들을 볼 수 있다. 왕산은 연말 해넘이 장소로도 유명할 만큼 해변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일품이다.
용유해변 인근에는 용유 8경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곳들도 있다. 왕산낙조, 비포장군, 선녀기암, 명사십리, 오성단풍, 잠진어화, 무의조무, 팔미귀범 등이다.
용유임시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는 바다를 보며 해물칼국수, 조개구이, 활어회 등을 먹을 수 있는 ‘공항도시종합회타운’있다. 장봉도, 시도, 모도, 을왕리, 왕산, 선녀바위해변 등에는 캠핑장도 조성돼 있다.
섬과 해변을 모두 즐겼다면 인천공항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인천공항에는 한국문화거리, 한국문화박물관 등이 있고 정기·특별공연이 연중 진행된다.
영종도=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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