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의 씨를 말려, 배스를 지키자.’
미국산 물고기 배스 때문에 한국 생태계가 교란된 걸 안다면, 앞 뒤가 뒤바뀐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10여 년 전 (한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물치(Snakehead)의 포토맥강 주변 확산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관련 당국이 씨를 말리기 위한 대대적 소탕작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조사결과, 포토맥강 수계의 가물치 개체수(최소 2만 마리)가 토종 어류 ‘큰입 배스’수준까지 육박했다. 당초 포토맥강 하류에 국한됐던 서식지도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북쪽으로는 볼티모어 지역에서도 발견됐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포 지대를 돌파해야 하는 ‘그레이트 폴스’ 상류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메릴랜드 주 자연자원국의 조셉 러브 매니저는 “가재, 생쥐 등 먹잇감이 겹치기 때문에 가물치의 번성은 토종 생물인 배스의 생존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 “가물치를 퇴치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책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메릴랜드 주 당국은 우선 남획에 따른 어류 멸종을 막기 위해 낚시 혹은 투망의 개체 수와 크기를 제한하는 대상에서 가물치를 제외해 연중 내내 무차별적 포획이 가능토록 했다. 가물치 멸종이 퇴치 작전의 목표라는 걸 공식화한 것이다. 또 가물치를 일단 잡고 나면 낚시꾼이 절대로 다시 풀어주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러브 매니저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매년 봄마다 가물치들은 새로운 산란지를 재빨리 개척해 오고 있다”며 “가물치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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