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숨은 천재는 언제나 있었다. 사회성 결여, 요절, 소수 성, 심지어 약한 국력 등등 여러 이유로…. 작곡가의 경우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이룬 소수의 인물들이지만 당대 그 주변에는 훨씬 많은 작곡가들이 존재했다. 그 중에는 정말 숨은 천재 같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곡가 못지않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정치, 문화적으로 약한 나라 작곡가의 경우 이들은 더더욱 소외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기억에 남는 작곡가들은 주로 독일어권,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일부 동부 유럽 작곡가들이다.
그 외 나라의 작곡가들이란 시벨리우스, 그리그, 차이코프스키 등 낭만과 20세기 초반의 몇몇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는 역사에서 소외된 작곡가들에 대한 재조명의 장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개인이나 단체의 자발적인 콘텐츠 등록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해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던 작품들에 대한 가치 재인식의 단초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각 나라에서는 유튜브를 자국 음악 유산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치 컴포저스 채널은 낭만으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네덜란드 음악 유산들을 유튜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네델란드는 이미 자국의 오케스트라 창작곡들을 독일 음반 레이블 cpo를 통해 출시한 바 있어 손쉽게 홍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차원은 아니지만 한국작곡가협회도 2013년부터 작품들을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올려 국내외 연주가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작곡가들이 있어왔고 얼마나 다양한 스타일들이 존재하는지를 실제 음악연주로, 그리고 소수일 것 같은 음악에도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감상자의 반응으로 알게 하여 기존 기준과 취향이 얼마나 제한된 것인지 느끼게 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예술학도들에게는 폐쇄적인 기존 교육 울타리 너머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시한다. 일견 나만의 작업과 같은 어떠한 시도도 결코 외로운 것이 아닌, 어디선가 이해되고 공감될 수 있음을 알게 하기에 젊은 창작가들은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작품의 가치를 작가의 몫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결정되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 가까운 게빈 브라이어스, 데이비드 랭 등의 작품들이 주요 음악회에서 당당히 연주되며 하나의 스타일로 존중 받는 것은 나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심지어는 이들을 포스트미니멀리즘, 어클랙티시즘과 같은 현대음악의 한 장르로 분류해 이러한 류의 음악들을 적극 수용하기까지 한다. 소수를 소수로 남겨두지 않고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터넷 환경, 그 중에서도 유튜브라고 믿는다.
유튜브를 통해 미지의 작품들을 우연히 발견하는 일은 휴가 때마다의 즐거움이다. 그리하여 덴마크의 루드 랑가르드, 스웨덴의 쿠르트 아테베르그와 같은 20세기 초 작곡가들의 교향곡들과 파우스토 로미텔리의 후기 작품들, 트리스탄 무라이의 전기 기타와 RAM을 위한 ‘뱀파이어’ 같은 현대음악들은 이제 필자의 애청곡이 되었다. 이번 여름, 나는 쿠르트 아테베르그의 교향곡들을 다시금 벗하고 있다. 이 중에는 1928년 슈베르트 서거 100주기를 기념 컬럼비아 그라포폰사가 실시한 세계적인 교향곡 공모에서 선정된 그의 교향곡 6번도 당연히 포함되어있다. 또한 16년의 짧은 생애를 산 핀란드의 헤이키 수오라티가 15세 때 완성한 ‘신포니아 피콜라’를 통해 그의 슬픔도 이해하려는 중이다. 유튜브를 통해 잊혀졌던 이들의 천재성, 혹은 준천재성을 발견하는 일이 은밀한 즐거움이 되었다.
황성호 작곡가ㆍ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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