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배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종영드라마 SBS '상류사회'에서 박형식은 숨은 잠재력을 한껏 폭발시켰다. 재벌 아들이자 백화점 본부장 '유창수' 역을 맡아 완벽에 가깝게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임지연과 러브라인을 그리면서 보여준 '까칠남' 캐릭터는 여성들의 심장을 뒤흔들기도 했다. 춤추는 아이돌, 예능에서 만들어진 '아기 병사'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린 셈이다. 상남자 배우로 거듭난 박형식을 만나 속내를 비춰봤다.
-좋은 평가 속에 작품이 끝났다.
"나 역시 본방을 사수했던 열혈 시청자였다. 1시간이 후딱 지나갈 정도로 연출이 훌륭했던 작품이다. 시작 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좋은 얘기가 많아서 참 다행이다.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 같다. 갈 길이 멀다. 알아야 할 것도 많다. 많이 부딪혀 보면서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가는 단계다."
-이제 제법 배우 냄새가 난다.
"연기 잘하는 분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겠다. 황송할 따름이다. 다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연기나 인생에 대해 생각이 깊어졌다. 그만큼 연기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연기에서 노력이 보였다.
"죽는 줄 알았다. 몸을 만들려고 한 달간 하루 종일 운동하고 삼시세끼 닭가슴살만 먹었다. 발성과 발음에도 아주 심혈을 기울였다. 원래 하이톤이라 연기할 땐 방해요소였다. 학생이나 막내 아들 역할이라면 상관 없었겠지만 본부장 역할은 아이 같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고치려고 노력했다."
-여성 시청자들이 아주 환호성을 질렀던 캐릭터였다.
"많은 여성들이 좋아해주니 작가에게 감사하다. 어느 부분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실제 성격은 그렇게 까칠한 스타일이 아니다.(웃음)"
-임지연과 호흡은 어땠나.
"존경한다. 어떤 표현을 하는 데 있어 상대가 안 받아주면 끝이다. 임지연은 내 스타일을 잘 받아줬다. 표정이나 말투 등 본인도 연구해서 가져온 부분이 있을텐데 내 제안을 쿨하게 다 받아줘서 고마웠다."
-사랑 연기는 경험이 지름길 아닌가.
"데뷔한 뒤로는 전무하다. '썸'은 있었는데 나 스스로 막더라. 아이돌이라 겁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그 신념이 조금 흔들린다. 진정한 연애를 싶다.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 창피하다. 드라마 속 지이처럼 다 받아주는 여자가 좋다. 여자 앞에서 얌전한 스타일인데 나를 계속 자극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활에 활력이 솟을 것 같다."
-아이돌 예능 연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어떤 옷이 가장 잘 맞나.
"연기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지만 노래는 정말 좋아한다. 원하는 음악을 언젠가 할텐데 지금 완벽하게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은 연기다."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이길래.
"어쿠스틱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이다. OST나 디지털싱글 형태로 한 번 불러보고 싶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 활동은 다소 뜸한 것 같다. 팀으로 뭉치면 성적이 신통치 않다.
"제국의 아이들은 참 표현하기 어려운 뭔가의 느낌이 있다. 애틋하다.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기분 좋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바라보면 안타까운 게 많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연기를 병행하는 임시완과 통하는 부분이 많겠다.
"고민이 비슷해 많은 얘기를 나눈다. 연기나 미래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편이다. 어떻게보면 나는 그저 이상적인데 (임)시완은 현실적으로 잘 풀어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
-광희는 '무한도전'에서 자꾸 유이에게 집착하던데 성공 가능성은.
"전혀 없다(웃음). 장난처럼 얘기하니 유이도 그렇게 여기는 것 같다. 진심으로 몰아붙이면 흔들릴 수 있는데…, 사실 광희가 생각보다 눈물도 많고 정이 아주 많다. 진정성 있게, 남자답게 고백하면 흔들리지 않을 여자가 없을 것이다."
-데뷔한지 어느덧 5년이다. 돌아보면 어떠한가.
"정말 열심히 달려왔구나 생각한다. 그 땐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면 참 힘들었다. 당시엔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었고 작은 기회 하나도 감사했다. 군대 프로그램으로 많이 알려지고 일이 늘어나면서 사흘 밤을 샌 적도 있었다. 뮤지컬 공연 중에 코피를 쏟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있다면.
"한창 '진짜 사나이'에 출연 때 밥을 먹으러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대신 계산하고 나갔다. '고생이 참 많아'라고 해준 한마디가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사람의 따뜻함을 느꼈다. 한참 지나 내가 따라 했다. 군인끼리 모여있는 자리가 있었고 가족끼리 온 테이블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남일 같지 않았다. 멋있게 계산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주인이 나를 몰라서 '그러니까 저 사람들한테 누가 계산하고 갔는지 설명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따지는 바람에 아주 멋진 상황은 아니었다(웃음). 결국 '수고하십니다. 형식'이라는 쪽지를 남겼다. 나중에 그 군인 중 한 사람이 고맙다는 글을 SNS로 남겼는데 작은 일이었지만 참 큰 행복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5년 후 박형식은 어떤 모습일까.
"서른 살이다. 다시 한 번 인생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대엔 꿈을 위해 달렸다면 이제 인간 박형식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할 나이겠다. 또 연기의 맛을 알고 즐기지 않을까. 어엿한 남자의 향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남자 배우가 되고 싶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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