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다수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종업원의 임금 격차가 얼마나 되는지도 재무제표처럼 공개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일(현지시간) SEC 위원 표결을 통해 CEO의 임금이 종업원 임금 중간값의 몇 배인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찬성 3, 반대 2로 가결했다.
위원들 중 공화당 측 2명은 모두 반대표를, 민주당에서 추천한 2명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메리 조 화이트 위원장이 찬성표를 행사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법률에 따라 소기업이나 신성장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 등을 제외한 상장회사는 2017년 1월 이후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부터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기업 CEO와 종업원 임금 격차를 밝히도록 하는 규정은 2010년 시행된 금융규제법 ‘도드-프랭크 법률’의 일부였다. 경영인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제도가 기업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발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 6월 실업률이 5.3%까지 떨어졌지만, 소비를 비롯한 다른 체감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이런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제자리를 맴도는 임금상승률이 지목돼 왔다.
미국 상무부 집계에서 지난 2분기 임금 상승률은 불과 0.2%로 0.7%였던 지난 1분기보다 둔화되며 198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불과 5년 전 종업원이 1달러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경영자는 20달러를 받았지만, 현재는 경영자가 300달러를 받을 정도로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화이트 SEC 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CEO와 종업원 임금 격차를 공개하라는 법규가 “논쟁적”이라면서도 “정해진 법률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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