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SK가 뒤늦게 발동을 걸었다. '가을 야구'가 걸린 5강 싸움 길목에서 81일 만의 3연승을 맛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5월20일 한때 선두를 찍은 이후 극심한 타격 침체에 따른 투타 엇박자로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전통적으로 후반기에 강했던 대로 분위기를 탔다.
◇가을이 온다, DNA가 발동한다
시즌 중반 SK가 순위 싸움에서 처질 때 팀 내 최고참 박진만은 "아직 성적을 논할 때가 아니다"면서 "끝까지 가봐야 안다. 우리는 올라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면 거짓말처럼 선수들 모두가 힘을 낸다는 걸 염두에 둔 말이다.
<p style="margin-left: 5pt;"> SK는 지난 시즌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비록 1경기 차로 LG에 밀려 4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외국인선수도 없고, 선발도 없고, 주축 야수도 없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투지를 발휘했다. 8월 이후 성적은 25승2무14패로 넥센(26승1무13패) 다음으로 빼어났다. 같은 기간 2013년에는 26승2무21패(4위), 2012년 30승1무17패(1위), 2011년 26승3무23패(3위), 2010년 22승2무16패(2위), 2009년 28승1무9패(1위)를 각각 기록했다,
올 시즌 역시 '가을 DNA'가 선수들을 일깨운다. '추남' 박정권은 전반기(타율 0.261, 7홈런 29타점) 부진을 딛고 후반기 11경기에서 타율 0.389, 3홈런 8타점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도 동료들의 가을 향기를 맡아서인지 5일 한화전에서 만루 홈런을 치는 등 어깨를 활짝 폈다. 이들 외에도 SK는 가을을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이 가득하다.
◇박희수 내달 합류 청신호
SK가 기나긴 타격 슬럼프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마운드다. 특히 윤길현-정우람이 포진한 불펜이 든든했다. 5일 현재 SK 불펜 평균자책점은 4.34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다. 후반기 들어 힘이 떨어질 시기에 든든한 지원군까지 가세했다. LG와 3대3 트레이드로 귀한 왼손 릴리프 신재웅을 영입했고, 1년 간의 재활 끝에 오른손 불펜 요원 박정배가 건강한 모습으로 제 공을 뿌리고 있다.
SK의 잠금 장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핵심 예비 전력이 다음달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투심 패스트볼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지닌 왼손 셋업맨 박희수가 라이브 피칭을 마쳤다. 이제 남은 순서는 2군 실전 등판뿐이다. 지난해 6월 왼 어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그는 의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원인 모를 통증 탓에 상당히 조심스러웠지만 최근에는 모든 걱정을 씻어낼 정도로 순조롭게 재활 코스를 밟았다. SK는 박희수가 돌아오면 박정배-신재웅-윤길현-정우람으로 이뤄진 '불펜 드림팀'을 꾸리게 된다.
◇득이 더 많은 우천 연기 15경기
SK는 올해 비 때문에 15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10개 팀 중 취소된 경기가 제일 많다.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막판 많은 잔여 경기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SK에는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15경기 가운데 무려 10경기를 홈에서 한다. 원정 중 2경기는 가까운 목동 넥센전이다. 실질적인 원정 경기는 대구 삼성전 2경기, 광주 KIA전 1경기뿐이다.
더구나 늘 그랬듯 SK는 후반기 들어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인다. 돌아올 전력 박희수도 있다. 뒤에 많은 경기를 치를수록 박희수 카드를 더 쓸 수 있다. 선발 투수들도 예년과 달리 5명 모두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할 페이스다. 김광현-윤희상-메릴 켈리-크리스 세든-박종훈으로 로테이션이 꾸준히 돌아가면 투수 운용은 수월해진다. 세든이 2013년 구위를 찾을까 라는 변수가 있지만 다른 경쟁 팀들보다 선발진이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잔여 경기 일정이 많지만 절대 불리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잘 관리를 해왔고, 홈 경기가 더 많아 이동 거리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사진=SK 선수단.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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