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장 A씨, 조양호 회장의 소통불가 행보에 쓴소리
"땅콩회항 이후 근무 여건 악화로 직원 사기 떨어져"
"회장에 직언하는 임원 없고 지친 직원은 회사 떠나"
대한항공 부기장이 조양호 회장의 소통 불가를 지적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조 회장이 땅콩 회항 때 국민들의 질타를 온몸으로 감당한 직원들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근무 여건 악화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귀를 열지 않는다는 따끔한 내용이다.
부기장 A씨는 4일 ‘조양호 회장님께’라는 글을 사내 전자 게시판인 소통광장에 올렸다. 그는 “말을 해도 계속되는 단체협약 위반, 타 항공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월급, 사소한 실수에도 마녀사냥처럼 계속되는 각종 징계, 느린 승급 등으로 많은 운항승무원들이 대한항공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A씨는 2년 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운항의 문제점을 들었다. 당시 주 2회 운항으로 승무원들이 5박 이상 현지에서 머물러야 하는데도 조 회장은 승무원들을 호텔에서 5박 이상 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이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이후 황당하게도 모스크바에서 인천까지 승무원이 아닌 일반 승객 신분으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승무원들이 현지에 체류하는 것보다 5배 이상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 돈이면 우리 정비사들 비용절감하라고 없애버린 간식 빵을 1년 더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런 일들로 대한항공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지만 회장에게 직언을 하는 임원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며 충신이 없는 것도 회장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판까지 하는 사람들을 내치지 않았다면 대한항공은 제가 처음에 입사했던 대로 모두가 일하고 싶어하는 그런 회사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0일 뒤면 대한항공을 떠나는데 이런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대한항공은 회장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소통광장은 임직원들의 각종 제언이나 요청사항 등 평소 회사에 하고 싶은 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만든 게시판”이라며 “이번 경우도 소통광장을 통해 건의사항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측은 또 지적 사항을 검토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개선하기로 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