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판가름 불구 지분 불명확, 신동주·동빈 모두 승리 장담 못해
"우호 세력 충분히 확보 전까지는 어느 쪽도 섣불리 개최 안할 듯"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삼부자간에 벌어지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분수령이다. 사실상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명예퇴진이나 신 전 부회장 또는 신 회장의 경영권 장악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총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를 장악해 주총 개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 회장이 소극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귀국하면서 “6월30일 주총을 한 이후 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총을 또 하는 게 좋은 지, 조금 기다렸다가 하는 게 좋은지 생각해서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즉, 빠른 시일 내 주총을 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신 회장 지지를 선언한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일 도쿄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총 시점에 대해 “6월30일에 이미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며 “언제 주총을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어서 시간과 내용에 대해 심사숙고 한 뒤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역시 이른 시일 내 주총을 개회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처럼 신 회장이 주총을 미루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롯데그룹에서는 이사회 장악 등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신 회장이 우호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주총 대결을 벌여도 충분하다고 본다. 롯데 관계자는 “주도권을 가진 신 회장측이 신 전 부회장측에서 원하는 주총을 굳이 빨리 열 이유가 없다”며 “한번에 경영권 분쟁을 정리할 시점에 주총을 열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대로 이를 뒤집으면 신 회장이 주총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있다. 우선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신 총괄회장의 보유 지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각기 일본 광윤사와 우리사주 등이 보유한 지분,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광윤사 지분을 각자 유리한 쪽으로 계산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아들들에게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 쪽에 선다면 신 회장으로서는 굳이 주총을 서둘러 열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입국해 서둘러 신 총괄회장을 찾은 이유도 아직까지 지분상 결정권을 신 총괄회장이 쥐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리한 쪽에서 주총 개최를 서둘기 마련”이라며 “신 회장 쪽에서는 계열사 사장들과 노조가 지지 성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곧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신 전 부회장이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단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지원하는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이것만으로 주총 표 대결을 장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 회사법상 발행 주식의 3% 이상을 소유한 주주면 누구든 임시 주총 소집 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빨리 주총을 열고 싶지만 이사회에서 결의가 없으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할 만큼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하거나 주총장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을 때 우세를 점칠 지분 확보가 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어느 쪽이든 우세하다는 판단이 설 만큼 지분 확보나 신 총괄회장의 확실한 지지를 얻은 시점에 열릴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총 승리는 곧 롯데그룹의 차기 경영권을 가져간다는 의미”라며 “그만큼 확실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섣불리 주총을 개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생각보다 준비에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