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ㆍ탈자 일치 등 내용 4분의 3 같아
강흥중 학장 "허락 받고 사용했다"… 원저자는 "문의 받은 적 없다" 일축
사립대 학장으로 재직 중인 교수가 과거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다.
건국대 교수협의회는 5일 “충북 충주시 글로컬캠퍼스 국제비즈니스대학 강흥중 학장이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1년 제자의 논문을 도용했다”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은 2001년 2월 한국관세학회지에 게재된 강 학장의 논문 ‘관세행정상의 납세의무자의 권리에 관한 연구’가 그의 제자였던 같은 학교 이기웅(국제통상 문화학부) 교수의 2000년 12월 석사학위 논문(관세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에 관한 연구)을 표절했다는 내용이다.
본보가 두 교수의 논문을 비교해본 결과, 두 논문은 “국가에 있어서 행정이 갖는 의미는 제도로서의 법을 집행하고”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부터 4분의3 이상이 같았다. ‘조세’라는 단어 대신 ‘관세’라는 표현을 썼거나 서론 후반부의 문장을 바꾸는 등 지엽적인 부분에서만 차이가 났다. 본문 역시 결론 앞 부분까지 내용과 구성은 물론 표현이 대부분 일치했고, 요약에 해당하는 영문초록과 참고문헌도 같았다. 이 교수의 논문에서 발견된 오ㆍ탈자가 강 학장의 논문에 그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강 학장이 해당 논문을 승진을 위한 연구업적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논문 게재 당시 조교수였던 강 학장이 부교수 승진에 이 논문을 사용했다면 학장으로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학장은 논문의 상당부분이 일치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표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 교수에게 해당 논문의 사용 허가를 받은 후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이라며 “다만 공동저자로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해당 논문이 승진임용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연구업적 평가에서 이미 승진 요건을 갖춘 상태였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논문 원저자인 이 교수는 “강 학장으로부터 논문사용에 대한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의혹이 확산되자 건국대 서울캠퍼스 연구윤리센터는 두 논문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구윤리센터 관계자는 “1차 예비조사 과정에서 양쪽 교수의 주장이 엇갈려 면담 등 본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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