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금호타이어 CP 발행
계열사들에 매입 지시한 정황
대한통운, 1200억 규모 매입
계열사 전체 4000억에 이를 듯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을 앞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그룹의 내부 부당 거래액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사정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해 온 금호아시아나의 계열사를 통한 부당 내부 거래 의혹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전원회의에서 확정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사회를 통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한 2009년 12월30일 이후 이들이 발행한 CP를 대한통운 등 당시 계열사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지시해 부도를 막은 의혹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그 동안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대한통운,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계열사에 CP 매입 내역 등 자료를 임의 제출 받아 강도 높은 조사를 해 왔다.
이번 조사의 쟁점은 계열사들이 금호산업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CP를 매입한 것인지, 그룹 차원에서의 지시가 있었는지, 시장가격보다 높게 매입하지는 않았는지 등이었다. 2009년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풋백옵션(자산 인수자가 일정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으로 지주회사인 금호산업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금호산업 역시 같은 해 10월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마친 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공정위는 특히 워크아웃 신청 결정 직후 이뤄진 계열사 간 CP발행과 매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위한 목적의 부도 방지용 거래였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사들이 매입한 CP가 결국 금호산업 등의 채무재조정으로 인한 ‘이자 감면’으로 실질적인 손해로 이어졌다는 점도 주요 판단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은 계열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유가증권 등을 제공하거나 이를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에 정통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 이후) 대한통운이 사들였던 CP만 해도 1,200억원 정도에 달했고, 계열사 전체로 봐도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워크아웃 지원 결정 이후 부당하게 계열사가 사들인 CP가 최소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의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14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3~5월 석 달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를 상대로 지출한 자금사용이 적절한지 등을 두고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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