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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상 앞둔 탈레반 "지하드 계속" 선언… 아프간 미군 철수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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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상 앞둔 탈레반 "지하드 계속" 선언… 아프간 미군 철수 발목잡나

입력
2015.08.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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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내전 종식 희망에 찬물, 새 지도자로 지목된 넘버2 만수르

최고지도자 오마르 2년전 사망 숨겨, 오마르 가문 반발… 신구 세력 충돌

딜레마에 빠진 오바마 "주둔군 철수하면 이라크 전철 밟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14년째 내전 중인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앞두고 “지하드(성전)를 계속하겠다”는 종전 태도를 고수하면서 이 지역 평화는 또다시 요원해 졌다. 기존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2013년에 사망한 것으로 지난달 29일 확인된 데 이어 새 후계자로 지목된 지도자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강력한 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주일 전만 해도 아프간은 평화를 향해 가고 있었다”라며”하지만 탈레반의 새 지도자가 ‘성전’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희망의 시나리오는 공중분해 됐다”라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가판대에 지난 1일 탈레반 새 지도자로 물라 아크타르 모하마드 만수르가 추대됐다는 소식이 실린 신문들이 걸려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아프간 탈레반의 내분이 점점 심각해지며 아프칸 평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가판대에 지난 1일 탈레반 새 지도자로 물라 아크타르 모하마드 만수르가 추대됐다는 소식이 실린 신문들이 걸려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아프간 탈레반의 내분이 점점 심각해지며 아프칸 평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미군 철수 계획은

미국은 현재 아프간에 주둔중인 9,800명의 병력을 일단 연말까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연말 종전을 선언하면서 아프간 안정화 지원군 명분으로 주둔 중인 9,800명을 ▦올 연말까지 5,500명으로 감축하고 ▦2016년까지는 철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전투에서 손을 뗀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라며 아직까지 철군 일정을 변경할 조짐을 보이진 않고 있다.

문제는 최근 아프간 내 상황이 격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과격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에서 지원병을 모집하는 등 아프간은 여전히 매우 위험하다”라며 미국에 철군을 늦춰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존 매케인(공화당) 미국 상원 국방위원장도 지난달 아프간 카불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아프간 철군 계획을 재검토하라”라고 촉구했다.

아프간 탈레반 내분 심각

게다가 탈레반 최고지도자였던 오마르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레반 내부에서 격렬한 진통을 겪고 있다.‘넘버2’ 물라 아크타르 모하마드 만수르가 새 지도자로 지목되자 일선 지휘관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오마르 가문이 반발하면서 내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오마르 가문의 핵심 자도자인 물라 압둘 마난은 지난 3일 인터넷 영상을 통해 “우리 가문은 아직 누구에게도 충성 서약을 하지 않았다”라며 “조직 내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충성 맹세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파키스탄 퀘타에서 열린 지도위원회(슈라) 회의장에서도 오마르의 아들인 야쿠브(26)와 일부 위원들이 만수르의 지도자 선출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일선 지휘관들은 ▦만수르가 오마르의 사망 사실을 알고도 무려 2년 동안 이를 숨긴 채 그의 이름을 빌려 조직을 운영한 점 ▦만수르의 온건ㆍ친 파키스탄 성향 등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반(反) 만수르 성향의 일부 탈레반 고위 간부들이 자체적으로 새 지도자를 다시 뽑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신ㆍ구 세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탈레반의 대외공식 창구역할을 해 온 정치국 대표 타이예브 아카가 지난 4일 만수르의 추대 방식을 비판하면서 사임했다. 아카는 오마르의 개인 비서 겸 대변인을 지낸 차세대 대표 지도자다. 아카의 사임은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 탈레반 내 신구 세력과 내분이 격화됨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새 지도자(만수르)가 아프간 외부, 국외 거주 세력에 의해 추대된 것은 큰 역사적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만수르 추대 과정에서 파키스탄 정부 등 외부 입김이 작용했음을 언급한 것이다.

탈레반의 이 같은 내부 진통은 더욱 격렬한 외부 항전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수르가 지난 1일 취임 첫 일성으로 “성전(지하드)를 계속하겠다”라며 조직의 통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이 같은 분열이 탈레반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프간 정치분석가 하룬 미르는 “탈레반이 영원히 싸울 수는 없으므로 정치조직화 될 수 밖에 없다”라며 “하지만 아프간 사회에서 지지기반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내 IS 영향력 증대

‘탈레반 소멸-=아프간 평화’라는 공식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게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판단이다. 과거 지도자 오마르는 종교적 권위로 탈레반 내 강경파를 눌러왔지만, 이들이 아프간 내에서 새로운 IS세력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아프간의 평화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내년말로 예정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존 캠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지난달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반군 가운데 IS에 지지를 선언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주둔군이 예정대로 모두 철수하면 이라크에서처럼 치안 공백과 정권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탈레반과 IS가 당장 아프간 정부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지원이 중단되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IS는 아프간 지역 3곳에 거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아프간 내 주요 반군 지도자인 굴부딘 헤크마티아르가 IS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는 아프간을 방문한 미 합참의장에게 “남아시아에서 IS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미군과 장기적인 군사협력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격렬해 지는 탈레반 공세

최근 정부군을 겨냥한 탈레반의 공세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아프간 북동부 바닥샨 지방 티프가 기지를 수비하던 경찰과 국경수비대 120여명이 무더기로 탈레반에 항복했다. 아프간 경찰과 국경수비대는 사흘간 탈레반과 격전을 치렀지만 증원군이 도착하지 않으면서 결국 무릎을 꿇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120여명이 무더기로 투항한 것은 지난해 말 미군이 ‘종전’을 선언한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달 27일에는 북부 바그란 주에서 승객 11명이 탑승한 버스가 무장 괴한에 납치됐고 지난 6월에는 수백 명의 탈레반 군이 얌간 주를 침공, 경찰 병력을 무력화 시키는 등 최근 아프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탈레반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인 피해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민간인 1,592명이 사망하고 3,329명이 부상하는 등 총 4,9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무엇보다 여성 사상자는 559명(사망 164명ㆍ부상 395명), 아동은 455명(사방 153명ㆍ부상302명)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보다 무려 23%, 13%씩 각각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역시 북부 쿤두즈에서 52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다쳐 민간인 희생이 가장 많았다.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약 70%이상이 탈레반 및 반정부 무장세력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다니엘 벨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인권 담당은 “지상전이 격렬해 지면서 여성과 아동 사상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민간인 보호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늘어나기만 하는 미군 전사자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에서의 미군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나 미군 주둔을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표 참조

아프간 전쟁 희생자 집계해 온 ‘Icasualties.org’에 따르면,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미군 639명이 아프간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2009년2월 오바마 대통령 재임 이후 2010년 8월 파병부대 수가 늘어나면서 희생자 수도 2배 이상 급증했고 2014년 말까지 약 4년여 동안 무려 1,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군 희생자를 줄일 획기적인 공격방법이라 기대를 모은 ‘드론 공격’을 활용한 테러 용의자 표적 살해 정책도 민간인 희생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미국 뉴아메리카재단과 영국 언론조사국(BIJ)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 4월까지 파키스탄과 예멘 두 나라에서 진행된 미국의 드론 공격은 215차례, 사망자 1,271명이였다. 또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드론 공격은 50차례에 불과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470여 차례나 내렸던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사망자 가운데 5.6% 가량이 민간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향후 드론 공격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말까지 완전 철수한다”는 전체 철군 일정을 어떤 식으로 조정할 지는 아직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 군사 전문가는 “최근 아프간 내 정세 급변으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라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또 그로 인한 파급 효과는 어떨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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