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취재진 피하고 질문엔 함구… 러 등과 다양한 양자회담은 이어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은 취재진과 술래잡기 중이다. 현안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다. 대신 다양한 양자회담을 이어갔다. 특유의 은둔형 외교 전략으로 고립을 풀어가겠다는 속셈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5일 회의장인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월드트레이드센터(PWTC)에서 평소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양자회담을 갖는 것으로 현지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났고 미얀마와도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핵 문제나 미국과의 관계 등 현안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그는 다만 “시간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만 남겼다. 다른 북한 수행원은 북핵 문제 질문에 “달라질 것이 있겠습니까”라고 답하기도 했다.
리수용은 4일 쿠알라룸푸르 공항 도착 때 기다리던 취재진을 피했듯 이날도 숙소인 르메르디앙호텔과 PWTC를 오가는 길에 카메라가 없는 쪽문 등을 이용했다. 지난해 미얀마 ARF 때 북한은 사전에 배정된 호텔이 언론에 노출됐다는 이유로 갑자기 숙소를 변경하기도 했다. 공개 석상 노출을 최대한 피하면서 외교적 이득만 챙기겠다는 뜻이다.
반면 북한을 위축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 아세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대북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9ㆍ19 공동성명 이행,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얘기했다”고 전했다. 북핵에 큰 이해관계가 없는 동남아 국가도 비핵화 필요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북러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라브로프 장관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메콩강 연안 5개국과 연달아 회담을 가졌다. 특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10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 한반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조율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6일 논의될 ARF 의장성명에도 한반도 평화, 북한 비핵화 관련 문구들을 담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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