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싸움 4년 만에 2배 이상↑
장남인 A씨는 아버지 생전 19억원 상당의 재산을 증여 받았다. 형제인 B씨와 C씨는 각각 2억6,000만원, 4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아버지는 13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이 유산은 법정 비율에 따라 어머니와 A씨 형제가 각각 1.5 대 1 대 1 대 1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암 환자인 아버지를 간병했고, 수년 전부터 아버지의 재산을 관리한 걸 감안하면 부족한 액수라며, 어머니와 형제를 상대로 ‘기여분 결정 및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A씨가 기여분 30%를 주장하며 먼저 이를 떼어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자, 어머니도 A씨를 상대로 “남편 재산 형성에 기여했으니 내 기여분 30%를 인정해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맞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5부 재판부(부장 송인우)는 A씨 어머니의 기여분 20%를 인정하고, 나아가 자식들이 이미 증여 받은 재산을 ‘특별수익’으로 넣어 총 상속재산에 포함시킨 뒤 어머니까지 네 사람의 상속분을 다시 나눴다. A씨는 소송전을 촉발시켜 오히려 유산이 줄어 들었다.
롯데그룹의 2세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이처럼 일반인들의 상속재산 다툼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2011년 154건에서 지난해 26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매년 20∼30%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5일 현재까지 176건이 접수돼,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부모가 남긴 아파트 한 채를 두고도 형제간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십,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두고 소송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소액의 상속재산이라도 한 푼을 더 받기 위해 가족간 법정다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현상이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 실업률 증가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어 부를 축적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상속재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장자 존중, 남녀 차별의 가치관이 사라지면서 차남이나 딸이 부모의 상속재산 균등배분을 적극 요구하게 된 것도 상속재산 다툼 증가의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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