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대법관과 대담 강연… 진보적 법 해석 중요성 강조
방한 3일째를 맞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2) 미국 연방대법관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강당에서 강연회를 갖고 “헌법의 미학은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라며 소수자 인권 보호 및 차별 철폐를 위한 진보적 법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긴즈버그는 김소영 대법관과 대담 형식으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소수자 인권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1960년대만 해도 (양성평등 면에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건물 두 개 중 여성 화장실은 한 곳에만 있을 정도로 여성의 기회가 적었다”며 “70년대 초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의회와 법원은 여성이 기회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생각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도 사회적 합의와 여건의 성숙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즈버그는 “내 딸이나 손녀 세대에게 동성결혼은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면서 “다른 판사들이 낸 좋은 의견을 바탕으로 우리가 의견을 낸 것이라 판결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긴즈버그는 진보적인 자신과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을 모티프로 제작된 코미디 오페라 ‘스칼리아 긴즈버그’의 내용을 소개하며 “내(긴즈버그) 역할의 소프라노가 ‘헌법의 미학은 사회와 마찬가지로 진화한다’는 아리아가 나온다”며 “헌법 해석 방식에서는 다르지만, 헌법을 수호하고 미 연방 제도를 경외한다는 점에서 우리(스칼리아와 긴즈버그)는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수정헌법 14조(평등권)에 따라 어느 누구도 동등 보호 조항에서 제외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신뢰받는 이유는 무엇인가’란 한 청중의 질문에 긴즈버그는 “1950년대 인종분리 위헌 판결 등 여러 연방대법관의 용기가 있었다”며 “연방대법원이 200년 동안 보인 성과에 (국민들이) 만족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상고심에서 다루는 사건을 사전에 걸러내는 미국의 상고허가제를 설명하면서도 “한 사회에 적합한 시스템이 다른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있지만 미국에는 그런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법관, 사법연수원생, 로스쿨생, 변호사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긴즈버그는 앞서 오전에는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를 찾아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을 예방해 비공개로 환담했다. 미국 연방대법관의 헌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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