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연합뉴스
검찰의 칼 끝이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69)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최근 최 회장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그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통일로 소재 NH농협은행 본점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리솜리조트 그룹에 대한 특혜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리솜리조트가 자본잠식에 빠진 2005년을 기점으로 대출액을 급속히 확대시켰다. 리솜리조트는 최근까지 농협에서 총 1649억원을 차입했고 이 가운데 14%인 235억원만 상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리솜리조트 측에서 농협은행 고위층에게 리베이트를 건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특히 최원병 회장의 관여 여부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소재 H건축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 건축사사무소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NH개발로부터 수의계약 형태로 수년간 공사를 다량 수주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사와 최 회장의 연루 여부도 집중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번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결국 이명박 대통령 시절 권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농협을 좌지우지 해온 최원병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최원병 회장의 재직기간 7년 8개월, 농협에선 무슨 일이?
검찰은 올 초부터 포스코의 정준양 전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 시절 권력실세의 후원 속에 잘 나갔던 이른바 'MB맨'들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최원병 회장에 대한 수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 회장에 선임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고 7일 후인 2007년 12월 27일의 중앙회 선거에서였다.
경북 경주 안강농협조합장과 경북도 의회 의장을 역임한 최 회장은 당시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없었기에 그의 깜짝 회장 선임은 농협 내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그의 회장 선임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되었던 것. 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4년 후배로 당시 권력실세를 형성했던 영포라인(경북 영일과 포항 출신 인사를 지칭)의 지원사격을 받아 회장에 당선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권력실세와 두터운 인연이 있어서였을까? 최 회장은 취임 후 정부나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않고 '나홀로 행보'를 보이며 권력실세임을 과시했다.
거대 농협 조직의 리더로서 자질도 의심스러웠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1년 4월 농협의 대규모 전산망 해킹사건 때 그가 한 발언이었다. 그는 당시 "나는 비상임이라서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신 이재관 전무가 책임을 뒤집어 쓰고 사퇴해 최 회장이 부하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최 회장은 해킹사건의 후폭풍과 회장 재출마 자격 논란 속에서도 2011년 11월 당당히 재선에 성공, 권력 실세임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당시 노조를 비롯한 농협 내부에서도 최 회장의 재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배했으나 최 회장의 재선가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최 회장은 2012년 7월에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하기도했다. 당시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의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면서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관련 법률에 잘 대처하지 못해 3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고발사건은 흐지부지돼 최 회장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임원들은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후로도 농협은행과 계열사들에선 매년 크고 작은 전산 및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지역단위 농협들은 대출비리로 검찰수사를 받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 당국에선 최 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 최원병 회장, 전임 회장 전철 밟나?
농협 안팎에선 이번 최원병 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개시되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농협중앙회는 금융사업과 신용사업을 하고 있고 두 분야 곳곳에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단위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1~3대 민선회장이 모두 구속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선 초대 한호선 회장(1988년 3월~1994년 3월)은 비자금 조성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1994년 3월 중도 하차했고 2대 원철희 회장(1994년 3월~1999년 3월) 역시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감옥에 가야 했다. 또 3대 정대근 회장(1999년 3월~2007년 11월)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매각과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원병 회장은 민선 4대 회장이다. 이번 검찰수사로 그 역시 전임 민선회장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농협이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다 보니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고 또 금융이나 유통사업 모두 허술하기 짝이 없어 중앙회장이 절제를 하지 못할 경우 각종 이권에 개입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검찰수사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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