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구두 경고받은 매장 6곳 뿐
서울시, 이달 말까지 집중 단속
“오늘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경고만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꼭 지켜주세요.”
서울의 한낮 기온이 32도를 기록한 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에 있는 대형 화장품 가게가 술렁였다. 서울 중구청 직원 3명으로 구성된 단속반이 문이 열린 매장 내부로 들어가 냉방장치 가동 여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단속반은 매장 중앙부와 벽 쪽에 있는 냉방장치가 작동 중인 것이 확인되자 그 자리에서 해당 매장에 경고장을 발부했다. 매장 관리인 김모(26)씨는 “최근 명동을 찾는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 손님을 한 명이라도 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면서 “문을 열어 놓다 보니 매장이 온도가 너무 올라가 가끔 냉방기계를 켜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단속반은 약 2시간 동안 명동역부터 을지로역 인근에 이르는 명동 거리를 걸으며 문을 열어놓고 냉방기를 가동한 가게를 눈으로 확인했다.
점검 결과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열고 영업하던 예전과 달리 대다수 가게들은 문을 닫고 영업하고 있었다.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하는 화장품가게도 심심치 않게 보였지만 단속반이 들어가 확인을 한 결과 대부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상태였다.
단속반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인한 경기 불황을 감안해 출입문을 연 채 냉방기를 가동하다 처음 적발된 업주들에게는 바로 경고장을 발부하는 대신 구두 경고를 한 뒤 계도문을 전달했다. 경고를 받은 한 의류가게 주인 이모(32)씨는 “거리에 같은 업종 매장들이 몰려있어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전기료가 많이 나가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게 된다”면서 “손님이 예년의 30% 수준으로 줄었는데 과태료까지 내면 타격이 큰 만큼 앞으로 각별히 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 일대에서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다 경고장을 받은 매장은 총 6곳. 과태료가 부과된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단속을 이끈 양은조 중구청 환경과 주무관은 “냉방을 하면서 문을 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과태료 부과가 주목적은 아니다”라며 “지자체가 사실상 단속 권한을 갖고 있지만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쉽지 않아 구두 경고와 1차 경고장으로 시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달 말까지 서울 명동과 강남대로, 신촌 등 대규모 상권에 대해 개문 냉방과 적정 냉방온도 준수 여부를 집중 단속한다. 규정을 위반한 업소는 1차 적발시 경고장, 2차 적발시 5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후 적발이 된 경우에는 2회 100만원, 3회200만원, 4회 이상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글ㆍ사진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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