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한 번으로 심해를 누비던 프리다이빙계의 여왕 나탈리아 몰차노바(53)가 지중해로 잠수 뒤 모습을 감췄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일 지중해 이비자섬 인근 포르멘테라섬 해안에서 잠수를 위해 바다로 뛰어든 몰차노바가 이틀이 지난 4일 밤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5㎜ 두께의 얇은 잠수복을 입고 입수한 몰차노바는 그의 실력대로라면 한 숨에 도달할 수 있는 35m 깊이로 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몰차노바와 함께 다이빙에 나섰던 동료 3명에 따르면 몰차노바는 수시간이 지나도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이들의 구조요청으로 출동한 수색요원들이 각종 장비를 동원해 해저 500m까지 탐지했으나 그를 찾지 못했다.
프리다이빙은 외부 호흡 장치 없이 자신의 호흡만으로 잠수하는 것으로, 잠수 깊이나 거리로 실력을 겨룬다. 러시아 출신 몰차노바는 지난 20년간 세계기록을 41차례나 세우고 각종 대회에서 23번 우승했다. 몰차노바는 물 속에서 9분2초간 숨을 참은 것은 물론, 오리발을 착용하지 않고 맨 몸으로 숨 한 번에 71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다.
몰차노바는 과거 인터뷰에서 “프리다이빙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라며 “수영장이 러닝머신 뛰기라면 바다는 숲에서 뛰기와 같다”고 커다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NYT는 이날 몰차노바가 잠수를 위해 보트 위에서 쉬었던 네 번의 크고 작은 호흡이 그의 마지막 숨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명 프리다이버인 애슐리 채프만은 이 신문에 “평소 바다를 사랑한 몰차노바는 아마 그 속에 머물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