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회사용 전화번호 따로 받아, 앱·전화번호부 등 자료까지 분리해
대중화된 스마트폰에 개인시간 줄어 사생활 보호하고 싶은 2030에 인기
중소업체 A사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개발해 직원들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했다. 이후 업무 능률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차츰 보안 문제가 제기됐다. 인사기록이 일부 외부에 누출되는 등 몇 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직원의 스마트폰에서 앱이 뒤엉켜 일어난 사고였다. 업무용 스마트폰을 별도로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형편이 넉넉치 않아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SK텔레콤의 ‘T페르소나 프리미엄’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 하나에 2개의 번호를 할당할 수 있어 직원들이 따로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고 회사용과 개인용을 구분해 사용할 수 있다.
교사인 김미영(35)씨가 사용하는 KT의 ‘올레 투폰’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가르치는 학생들과 친지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면 각각 다른 바탕화면이 뜬다. 김 씨 역시 한 개의 휴대폰에 2개의 번호를 할당한 이 서비스를 통해 업무용과 개인용을 분리해 사용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하고 카카오톡,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가 널리 쓰이면서 편리함도 늘었지만 피로감도 증가했다. 공적 영역과 개인적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 지면서 개인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74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퇴근 이후’(78.5%), ‘휴가기간(45.5%), ‘출근시간 전’(32.4%), ‘점심시간’(27.4%)에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 지시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체들이 내놓은 1개의 스마트폰에 2개 번호를 할당한 ‘투 폰’서비스는 이 같은 스마트폰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하나는 업무용, 하나는 개인용으로 구분해 필요에 따라 특정 번호를 설정해 놓으면 나머지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나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전에도 번호만 따로 부여한 서비스는 있었다. 대리운전, 콜택시 운전기사처럼 영업용 전화번호가 아예 완전히 공개되는 이들을 겨냥해 만든 서비스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서비스는 앱과 전화번호부 등 각종 자료까지 따로 관리할 수 있다. 아예 스마트폰을 둘로 쪼갠 것과 마찬가지다.
KT는 최근 ‘올레 투폰’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번호별로 바탕화면, 주소록, 메시지 등을 따로 관리할 수 있다. 카카오톡 같은 번호 기반 앱도 번호에 맞춰 친구가 달라지는 등 2개로 나눠 쓸 수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는 LG전자의 ‘G4’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달에 삼성전자 휴대폰에 확대 적용하는 등 대대적인 서비스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8월 ‘T페르소나 프리미엄’이란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설정된 번호에 따라 스마트폰의 운용체제(OS) 영역을 둘로 나눠 관리할 수 있다. 번호별 영역이 서로 달라 앱과 데이터를 따로 보관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최근 ‘톡톡 듀얼넘버’라는 이름으로 투 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번호만 2개 받는 게 아니라 아예 주소록 등을 따로 관리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다. KT의 경우 ‘투 폰’ 서비스를 내놓은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입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KT 관계자는 ”가입자들의 절반 이상이 20대 후반 여성과 30대 남성”이라며 “사회 활동이 활발하고 SNS를 능숙하게 다루는 이들일수록 스마트폰의 용도를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구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투 폰 서비스 이용자 480여명을 대상으로 한 LG유플러스의 설문결과도 마찬가지다. 응답자의 37%는 ‘업무용 번호를 구분하고 싶다’고 답했다. ‘개인번호는 지인하고만 쓰고 싶다’는 대답도 30%였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이나 업무로 만난 사람들과 사생활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4%에 이른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의 T페르소나프리미엄 서비스는 LG전자의 ‘G프로2’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KT와 LG유플러스 서비스 역시 번호 별로 별개의 앱을 운영하려면 LG전자의 ‘G4’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멀티 기능이 들어가 있어야 지원 가능한 서비스”라며 “이를 지원하는 휴대폰이 늘어나면 서비스 이용자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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