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국가반역죄 수사로 역풍
언론인을 국가반역죄로 수사해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일던 하랄트 랑게 독일 검찰총장이 결국 4일 해임됐다.
외신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협의 및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페터 프랑크 뮌헨 지방검찰청장이 내정됐다. 마스 장관은 “랑게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랑게 총장은 “기자들이 확인할 수 없는 취재원에게서 받은 정보는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언론 자유는 중요하지만,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고 반발했다.
앞서 독일 인터넷 탐사보도매체인 ‘넷츠폴리틱’ 기자 2명이 독일 국내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이 온라인감시 강화를 위한 예산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내부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랑게 총장이 지난달 말 이들에 대해 국가반역죄 협의로 수사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다.
독일기자협회(DJV)와 대연정 소수당인 사회민주당과 좌파당 등 야당 정치인들을 주축으로 “탐사보도에 대한 억압”라며 대대적인 거리집회에 나섰다. 지난 2일 독일 베를린 법무부 청사 앞에서는 1,300여명이 모여,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검찰의 시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는 ‘#국가반역죄’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번졌다.
독일에서 국가반역죄로 언론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은 50여년 만이어서 독일 시민사회에 더욱 충격이 컸다. 1962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서독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계획과 훈련상황 관련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콘라드 아데나워 정권이 슈피겔 발행인과 기자들을 체포, 국가반역죄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BBC방송은 “나치 전체주의 시절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독일 사회가 언론 탄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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