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지소연 빠진 윤덕여號 전가을 깜짝 투입해 日 격파
2013·2014 시즌 우승 견인에 女월드컵 첫 승점도… 준비된 히로인
8일 北과 결승전서도 활약 기대
전가을(27·현대제철)의 결정적 ‘한 방’이 다시 한 번 윤덕여호를 살려냈다. 전가을은 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일본과의 2차전에서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1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완성된 ‘역전 드라마’의 각본은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연기는 전가을이 맡았다. 윤 감독의 전가을 투입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1-1로 팽팽한 승부를 벌이던 후반 33분 전가을을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우려가 나왔다. 전가을은 지난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중국과 1차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가을은 결정적인 순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골대로부터 약 20m 거리에 있는 페널티박스 왼쪽 지역에서 오른발로 감아 차는 프리킥으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전가을의 슈팅은 데이비드 베컴,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세계적인 프리 키커를 방불케 했다. 골문 중앙으로 향하던 공은 환상적인 곡선을 그리며 순식간에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본 수문장 야마시타 아야카는 황급히 몸을 날렸지만, 휘어지는 각도가 워낙 커 막아내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천금 같은 골이었다. 이번 골로 전가을은 ‘해결사’의 입지를 굳혔다. 그는 지난 6월 14일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도 전반 24분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켜 한국에 사상 첫 여자월드컵 승점(1점)을 안겼다. 당시 전가을의 득점이 없었다면 한국은 후반 43분 상대 선수 칼라의 골로 1-2 패배를 당했을 것이다.
전가을은 이번에도 극적인 골을 넣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2011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국이자 캐나다 대회 준우승국인 강호 일본에 역전승한 윤덕여호는 이로써 2005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을 조준하게 됐다.
일본전 승리의 선봉에 선 전가을은 박은선(30·이천대교), 지소연(25·첼시 레이디스)이 빠진 대표팀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물론 전가을은 이미 2009시즌 수원FMC를 WK리그 우승으로 이끈 데 이어 2013, 2014시즌에는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승부처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전가을의 존재는 심서연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윤덕여호의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윤 감독은 일본전이 끝난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항상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믿고 있었다"며 전가을을 칭찬했다. 윤덕여호는 오는 8일 오후 6시10분 북한과 대회 최종전을 갖는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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