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년 전 김대건 신부(1821~1846)가 한국 최초로 가톨릭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진자항(金家巷) 성당이 경기 용인시 은이성지에 복원된다.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 서품 170주년(8월 17일)을 기념해 22일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주례로 ‘진자항 성당 복원 기공 미사’와 기공식을 연다”고 5일 밝혔다. 용인시 양지면에 위치한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15세 때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곳이자 서품 후 귀국해 미사를 집전하며 사목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체포돼 순교하기 전 마지막 공식미사도 이곳에서 올렸다.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17일 상하이 소재 진자항 성당에서 조선교구장 페레올 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았다. 이 성당은 17세기 명나라 숙종 때 건립된 중국 화동지역 최초의 성당으로 푸둥(浦東) 지구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2001년 3월 25일 마지막 미사를 끝으로 철거됐다.
철거 당시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주교회의 승인을 받아 진자항 성당을 은이성지에 복원하기로 했고, 김대건 신부 현양위원회는 기둥과 기왓장, 벽돌 등 철거된 자재를 국내로 옮겨와 은이성지에 보관해왔다. 2003년부터는 은이성지에 사제를 파견해 임시성당에서 매일 미사를 올리고, 관련된 유물을 보존·정리하면서 김대건 신부 기념관 건립도 준비했다.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에 막혀 10년째 답보상태였던 복원계획은 30여 년 간 이쑤시개 공장이 자리했던 옛 공소터(김대건 신부의 세례성당터)를 성지 측이 2013년 매입하면서 물살을 탔다. 성당은 건축면적 540㎡의 단층 건물로 260여 명이 미사를 볼 수 있는 규모이며, 보관자재를 활용해 진자항 성당의 원형대로 건립된다. 성당 옆에는 기념관도 들어선다.
은이성지 전담사제인 양형권 신부는 “올해는 김대건 신부 서품 170주년이며, 내년은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병오박해 170주년이 되는 해라 이번 복원이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며 “복원 성당이 김대건 신부의 영성을 연구하는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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