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에 담겨 땅 속에 생매장 당한 유기견이 죽기 직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직장인 이모(44)씨와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8시40분경 이씨와 동료인 강모(38)씨는 경기도 용인시 공세동의 도로 옆을 지나다 땅 밑에서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 강씨와 이씨는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을 받아 소리가 나는 곳의 땅을 파헤쳤고, 주황색 포대자루에 담긴 말티즈가 발견되자 파출소에 신고했다. 강아지는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인터넷에서 소식을 접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더 큰 병원으로 옮겼다.
구조된 개는 6살 가량 5.5㎏의 말티즈로 중성화 수술을 받은 수컷이다. 구조 초기에는 탈수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으나 이후 다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만에 구조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산소부족으로 인한 뇌 손상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이씨는 “강아지 털을 깎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고, 잘린 목줄이 채워진 상태로 발견됐다”며 “포대를 흙 속에서 꺼내자마자 강아지가 스스로 밖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포대 입구를 꽉 묶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상 주인이 유기했다기보다는 주인과 원한이 있는 사람의 소행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씨는 “주인을 찾거나 범인을 빨리 잡았으면 좋겠다”며 “이 같은 잔혹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아지 유기 시에는 최고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동물학대가 적용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장소 주변 CCTV 확인에 나서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며 “현재 강아지가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한 상황인데 상태를 확인한 후 유기에 따른 과태료만 부과할 것인지, 동물학대에 해당돼 처벌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 국제기구인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의 이형주 동아시아담당 매니저는 “이번 사건은 학대가 너무나 명백하고 죽일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며 “그런데도 현행 동물보호법상으로는 강아지가 실제 죽거나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만 학대행위에 해당돼 처벌이 가능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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